
하루 24시간, 8만6400초.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어떤 이들의 시간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시간빈곤자 이야기다. 일주일 168시간 중 개인 관리와 가사, 보육 등 가계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이 주당 근로시간보다 적으면 시간빈곤자가 된다. 쿠키뉴스 특별취재팀은 다양한 시간빈곤자 중 한부모에 주목했다. 생업과 양육, 가사를 모두 짊어진 한부모는 시간을 쪼개가며 1인 3역을 하고 있다. 찰나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 시간빈곤에 빠진 한부모의 목소리를 다섯 편의 기사에 담았다. [편집자주]
육아라는 돌덩이를 정상으로 굴려 올렸다. 땀 훔칠 시간도 없이 집이라는 돌덩이를 받아내야 했다. 다시 힘들게 올려놓아도 병원비, 노후준비 등 또 다른 돌덩이가 굴러올 것이다. 아이가 청년이 되자 한부모 지원은 끊겼다. 65세 노인복지 대상이 되기 전까지 10여년이 남았다. 그리스 신화 속 끊임없이 바위를 굴리던 시시포스. 자녀를 홀로 키우는 중년 한부모를 떠올리게 한다.
중년 한부모는 미성년 자녀 양육을 마친 한부모를 뜻한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9세 이상 자녀를 둔 한부모 가구는 114만1410가구다. 전체 한부모 가구의 75.5%다. 한부모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나이와 반비례한다. 30대 이하 평균 260만원, 40대 242.8만원, 50대 이상 233.1만원이다.
자녀의 숙제를 봐주거나 식사를 챙겨야 했던 의무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자유시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일로 다시 메워진다. 한부모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에 응한 만 60세 이상 한부모 12명 중 10명은 여전히 생업 전선에서 뛰고 있었다. 대다수는 2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았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을 놓을 수 없다. 자녀가 만 18세를 넘기면 정부 지원이 모두 끊긴다. 성인이 된 자녀가 바로 일자리를 찾아 자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립하더라도 과거처럼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후는 답이 없다. 자녀가 독립해 떠나면 한부모 가구는 노년 1인 가구가 된다. 설문조사에서 한부모 52명 중 50명은 노후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부모 지현이(58·여)씨는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노인생활지원사로 일한다. 이외에도 2가지 직업이 더 있다. 주말에는 인권강의와 요리강사 등으로 활약한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지만 노후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지씨는 “아직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한부모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다. 중년 한부모들이 나이가 들면 극빈 노인층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바쁜 생활 속 미처 돌보지 못했던 건강이 악화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한부모 41.5%가 ‘건강이 나쁘다’고 답했다. 병·의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6.9%다. 가지 못한 주된 이유로는 경제적인 이유(47%), 시간이 없어서(35.2%) 순으로 꼽혔다. 건강하지 못한 한부모여성 비율은 지난 2014년 기준 8%다. 이는 건강하지 못한 양부모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수치다.

불안한 미래를 타파하고자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지난달 12일 서울 동작구에서 ‘중년 한부모들의 미래 설계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30여명이 참석했다. 이현영 서울한부모회 대표는 “우리의 가난이 자식에게 대물림 될 것 같다는 불안이 항상 있다”며 “중년 한부모를 위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 삶을 포기하는 한부모가정이 더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도움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