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수상 남발한 KBS 연기대상, 대상마저 쪼겠다

공동수상 남발한 KBS 연기대상, 대상마저 쪼겠다

주상욱·이승기 대상 공동수상
20개 중 15개 부문서 공동수상…“권위 떨어졌다”

기사승인 2023-01-01 02:38:06
2022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공동 수상한 배우 이승기(왼쪽), 주상욱. 방송 캡처

51명. 지난달 31일 열린 2022 KBS 연기대상에서 트로피를 쥔 배우들 숫자다. 지난해 뚜렷한 히트작을 내지 못한 KBS는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 등 주요 부문에 공동수상을 남발했다. 상의 권위와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대상의 주인공은 KBS1 ‘태종 이방원’에서 이방원을 연기한 주상욱과 KBS2 ‘법대로 사랑하라’의 이승기. 주상욱은 5년 만에 부활한 KBS 대하사극을 이끈 데다, 드라마 최고 시청률도 11.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높아 일찍부터 유력 대상 후보로 꼽혔다. 반면 이승기의 수상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법대로 사랑하라’가 방영 내내 첫 회 시청률 7.1%를 넘기지 못해서다.

상을 받은 이승기는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법대로 사랑하라’ 스태프와 배우 모두의 공을 치하하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우리 드라마가 최근 몇 년간 KBS에서 가장 큰 흑자를 냈으니 자부심을 가지라’고 했다. 덕분에 제가 대표로 상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이날 “새해엔 활동 계획과 다툼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와의 소송전을 가리킨 발언이다. 2022 KBS 연기대상 방송 캡처

이승기는 앞서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로부터 음원 수익금을 정산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이날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섰다. 영화 촬영을 위해 삭발한 채 나타난 그는 “이 자리에 와야 할지 수백 번 고민했다. 제 개인적인 일 때문에 스태프와 배우들 노력이 외면당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왔다”고 털어놨다. “당연한 권리를 찾으려 많은 것을 내려놓거나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일을 후배들에게 물려줘선 안 되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한다. 많은 분이 응원해주신 덕에 큰 힘을 얻었다”고도 했다.

또 다른 대상 수상자인 주상욱은 “25년 전 KBS 청소년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데뷔해 이렇게 큰 상을 받는다”며 벅찬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태종 이방원’ 촬영이 힘들었다. 대하사극이 주는 무게와 중압감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가족처럼 곁에서 도와주신 선후배들 덕에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상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차예련에겐 “사랑한다”고 말했다. 차예련은 눈물을 흘렸다.

주상욱이 대상을 받자 차예련은 눈물을 흘렸다. 차예련도 일일드라마 여자 우수상을 받았다. 2022 KBS 연기대상 방송 캡처

KBS는 대상 등 20개 부문 트로피를 무려 51명에게 나눠줬다. 남녀 청소년 연기상, 남녀 드라마스페셜 TV시네마상, 미니시리즈 남자 우수상을 뺀 15개 부문에서 공동수상이 이뤄졌다. 특히 신인상은 남녀 각각 3명, 총 6명이 상을 가져갔다. 베스트 커플상도 8커플, 16명이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심심하면 공동수상” “권위는 바닥이다” 등 혹평이 쏟아진다.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소감은 감동을 줬다. 장편드라마 남자 우수상을 받은 임주환은 “지금 TV를 보면서 오디션이나 촬영을 준비하고 있을 배우들에게 말하고 싶다. 노력은 더 넓어지고 쌓아 올리는 것이다.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고 응원했다. 같은 작품에 출연 중인 이하나는 장편드라마 여자 우수상을 탄 뒤 “홀로 외롭게 싸우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라며 “고난은 결국 지나간다. 고난을 견뎌내면 그 고통을 능가하고도 남을 영원한 영광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수상을 기대하지 않다가 트로피를 거머쥔 배우들의 모습도 볼거리였다. 조연상을 품에 안은 허성태는 소감을 말하던 중 “아우, 나 미치겠네”라며 초조한 모습을 보여 웃음을 줬다. 양병열은 일일드라마 남자 우수상을 받고 “상을 받을 줄 몰라서 교정기를 끼고 왔다”고 했다. 이세희는 도경수와 함께 베스트 커플로 선정되자 “(드라마에선) ‘썸’을 쌈 싸먹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함께 새해를 맞는 배우들. 2022 KBS 연기대상 방송 캡처

다음은 2022 KBS 연기대상 수상자 명단.

△ 대상: 주상욱(태종 이방원), 이승기(법대로 사랑하라)
△ 남녀 최우수상: 강하늘(커튼콜), 도경수(진검승부), 박진희(태종 이방원), 하지원(커튼콜)
△ 남녀 우수상 일일드라마: 백성현(내눈에 콩깍지), 양병열(으라차차 내인생), 박하나(태풍의 신부), 차예련(황금가면)
△ 남녀 우수상 장편드라마: 윤시윤(현재는 아름다워), 임주환(삼남매가 용감하게), 박지영(현재는 아름다워), 이하나(삼남매가 용감하게)
△ 남녀 우수상 미니시리즈: 이준(붉은 단심), 강한나(붉은 단심), 이혜리(꽃 피면 달 생각하고)
△ 남녀 조연상: 성동일(커튼콜·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허성태(붉은 단심), 박지연(붉은 단심), 예지원(태종 이방원)
△ 남녀 신인상: 변우석(꽃 피면 달 생각하고), 이유진(삼남매가 용감하게), 최종협(너에게 가는 속도 493㎞), 강미나(꽃 피면 달 생각하고·미남당), 서현(징크스의 연인), 정지소(커튼콜)
△ 남녀 청소년 연기상: 정민준(황금가면), 윤채나(사랑의 꽈배기·내눈에 콩깍지)
△ 남녀 드라마스페셜·TV시네마상: 차학연(얼룩), 신은수(열아홉 해달들)
△ 남녀 인기상: 강하늘, 도경수, 이세희(진검승부), 정수정(크레이지 러브)
△ 베스트 커플상: 하지원·강하늘, 김승수·김소은(삼남매가 용감하게), 서현·나인우(징크스의 연인), 도경수·이세희, 윤시윤·배다빈(현재는 아름다워), 이승기·이세영(법대로 사랑하라), 서인국·오연서(미남당), 이준·강한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ㄱ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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