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새해가 밝으면서 재계 경영시계도 따라 돌기 시작했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 갈등 등 불확실성이 기업을 옥죄고 있다.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재계가 택한 길은 과감한 도전이다. 대외 여건에 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가 신년사 곳곳에 배있다.
한종희 “한계의 벽을 넘자”
올해 반도체 시장전망은 어둡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3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0% 성장하는데 그쳤다. 하반기 수요 감소와 제품가격 하락이 원인이다. 국제기관도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는 2023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을 지난해보다 4.1% 낮은 약 5565억 달러로 예상했으며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16.2% 역 성장할 걸로 봤다. 미국 등 반도체 기술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 중심 공급 망 재편 움직임도 변수다.
메모리 1등 사업자인 삼성전자는 새해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위기 돌파구로 삼는다.
한종희 부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한계를 뛰어넘자”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그는 “위기 때 마다 더 높이 도약했던 지난 경험을 거울삼아 다시 한 번 한계의 벽을 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현재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위상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영 체질과 조직 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미래를 위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하자”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 확보 매진과 △친환경 미래 경쟁력 육성도 주문했다.
박정호 “도전하는 한해, 원팀으로 위기극복”
SK하이닉스도 어려움을 직감하고 신 성장 동력 발굴에 역량을 쏟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시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 몇 년간 지속된 지정학적 변수 등 부정적인 경영 환경으로 올해는 도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모바일과 클라우드를 더 견고히 하고 자동차와 AI 고객을 추가하여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전받을 때 더 강해지는 DNA를 기반으로 우리 모두 원팀이 돼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레벨업해 진정한 글로벌 초일류 반도체 회사를 같이 만들자”고 당부했다.
정호영 “사업구조 고도화…고객가치 혁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대규모 손실을 내며 수익성 악화 기로에 섰다. 정호영 LGD 사장은 위기를 사업구조 고도화와 고객가치 혁신으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혁기에 있다”라며 “사상 초유 시장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올해 상반기까지는 큰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 면적 수요는 1년 전보다 6.9% 감소했다. 올 하반기 수요가 회복될 거란 분석도 나오지만 이 또한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경우를 전제한다.
정 사장은 “시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 성장과 수익창출을 하려면 수주형 사업 전사 매출 비중을 궁극적으로 70% 이상으로 높여야한다”라며 “혁신적이고 차별화한 기술과 제품, 전략적인 수주 활동은 물론이고 수주한 제품 적기 생산과 공급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또 “사업구조 고도화는 ‘고객가치 혁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고객가치 혁신은 거래선은 물론 최종소비자 경험까지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제품과 기술, 납기와 품질 등 고객경험 모든 과정에서 약속을 철저히 준수하고 고객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