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후 한동안 은인자중(隱忍自重)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본업인 시정뿐만 아니라 정치, 국방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새 정부의 화두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2030세대'를 콕 집어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30~40년 연금을 납부할 2030이 개혁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50~60대가 주축이 된 정치인, 관료, 교수들만 모여서 2030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해를 마감하는 지난해 12월30일에는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제안한 외국인 육아 도우미 도입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일부 받아들이자 역시 SNS를 통해 "육아돌봄의 부담을 덜어주는 건 인구 위기 극복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고용노동부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외국인 가사도우미나 베이비시터 시범 사업도 진행하겠다고 한 건 그런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고 논평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이 벌어진 시기에는 "핵무기 개발능력이 북한보다 부족해서 참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언급해 우리나라의 '독자핵무장론'까지 끄집어냈다. 화물연대 파업 와중에는 '올바른 노조'를 대한민국 노조가 가야할 길이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오 시장이 존재감이 도드라진 것은 장애인권리예산에 불만을 품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서울 지하철 탑승 시위 문제였다.
전장연의 거듭된 시위로 열차운행이 늦어져 시민불편이 가중되자 국회예산처리를 기다리자고 '휴전'을 제의해 일시적이나마 시위를 중단시켰다. 전장연이 국회 예산처리에 실망해 시위 재개를 예고하자 단호한 현장대처와 함께 민·형사상 대응을 예고하면서 긴장감을 높인 뒤에는 역사 무정차 통과로 전장연의 지하 시위를 원천봉쇄했다. 이후 현재까지 전장연과 밀당은 계속되고 있지만 협상의 주도권은 확실히 가져온 모양새다. 면담을 요청해온 전장연 측에 "전장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짧은 단문으로 응수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이태원 참사 초기 불거졌던 서울시 책임론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서울시에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태원 국정조사에서도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최근 SNS활동만 놓고보면 서울시장 영역을 넘어선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로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차기 권력지형도를 가늠케 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잠룡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오 시장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대선 기자 sds110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