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중국 게임 시장 문이 젖혔지만, 업계 분위기는 차분한 모양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작년 12월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게임 7종을 포함한 총 44종의 외국산 게임에 판호를 발급했다.
판호는 일종의 허가증이다. 국내를 대상으로 한 내자판호와 외국 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외자 판호로 나뉜다. 이번에 외자 판호를 받은 한국산 게임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와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 7종이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던 한국산 게임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한한령 발동 이후 자취를 감췄다. 지난 5년 간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2020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2021년)’만 외자 판호를 받았다.
중국 정부가 다소 이례적으로 다수의 한국산 게임에 외자 판호를 발급하자, 일각에선 얼어붙은 중국 시장 문이 활짝 열린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판호 발급 소식이 전해진 뒤 국내 게임사 주가는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특히 3개 게임의 수입 허가를 받은 넷마블은 12월 한 달 간 주가가 17% 이상 오르기도 했다.
다만 업계 전반은 뜨뜻미지근한 분위기다. 중국 게임들의 품질 수준이 올라와 한국산 게임이 과거처럼 경쟁력을 발휘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중국 정부의 행보를 쉬이 예단하기 힘든 점도 고민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과거 복제‧양산형 게임만을 만드는 데 급급했던 중국 게임 시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호요버스’가 개발한 ‘원신’은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작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2’ 호요버스 부스 앞은 게이머들의 발걸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반면 재작년 판호를 발급 받고 야심차게 중국 시장에 도전한 검은사막 모바일은,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가 퍼블리셔로 나섰음에도 흥행에 실패했다.
이번에 판호를 발급 받은 게임 대다수가 신작이 아니라는 점도 우려를 산다. 2021년 출시된 제2의 나라나 그랑사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2010년대 중반에 출시됐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크게 달라질 게 있을지 모르겠다. 판호 발급이 지속될지도 알 수 없고, 이제는 중국산 게임의 경쟁력이 한국산 게임을 상회하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건 맞다”면서도 “언제 다시 닫힐지 모르는 게 중국 시장이다. 판호 발급이 지체된 동안 국내 게임사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게 현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