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은 사회, 아이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겠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위원회가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다.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1명을 밑도는 유일한 나라다. 정부는 저출생의 가속화로 2045년 고령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지고, 인구감소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문제 대응에 팔을 걷은 이유다.
나 부위원장은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규모는 인구 감소로 인해 2050년 되면 인도네시아, 이집트, 나이지리아보다도 더 쪼그라드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다”며 “2025년이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게 돼 미래 성장 동력이 감소되고 노인부양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결혼을 원하는 청년들이 크게 줄며 급격한 인구 감소가 예견되는 상황이다. 그는 “통계청 조사 결과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 부족을 꼽는다”며 “신혼부부와 청년에 대한 주택 도입과 전세자금 대출 이자 경감 등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을 고려해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추가지원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과거 저출산위의 성과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이 잘못된 건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공급자 위주로 정책을 설계했다. 그 결과 출산율 제고의 효과를 가져오진 못 했다”며 “앞으로 정책 평가를 통해 피부에 와닿고 효과성이 높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저출산위는 지난달 28일 제2차 인구미래전략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을 발표하며 6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차별없는 출산·양육 환경 조성 △외국인력 유치 규제완화 및 체계적 이민정책 수립 △생애주기별 돌봄체계 확충 △고용연장 및 복지제도 개편 △학령인구 감소 및 지방소멸 대응 △정책 평가를 통한 제도 보완·재설계 등이다.
저출산위가 추진할 주요 정책으로는 육아휴직 기간 연장, 경력단절 최소화 위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보완, 초등돌봄 운영시간 연장, 다자녀 혜택 확대 등을 언급했다.
과감한 투자도 감행할 계획이다. 나 부위원장은 “국토부 등 관련 정책을 보면 신혼부부나 청년 등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저리 대출은 마련돼 있는데 조금 불충분한 부분이 있다”면서 “대출 이자를 더 경감해주고, 원금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성 복지지원의 효과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도 돈을 투입하지 않고 출산율을 제고한 적은 없다”며 “다른 제도 보완도 필요하고 여러 정책과 교합해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해소에도 힘쓸 계획이다. 나 부위원장은 “한편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태어난 아이가 차별받지 않도록 미혼모, 사실혼, 등록동거 대해서도 적극적인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출산위가 범부처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인구미래전략위원회’로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이다. 나 부위원장은 “다양한 부처가 얽힌 인구정책을 다루기 위해선 저출산위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며 “저출산위라는 명칭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명칭을 변경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