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고데기 화상’, 제대로 된 응급처치 하려면

더 글로리 ‘고데기 화상’, 제대로 된 응급처치 하려면

주인공 문동은으로 돌아보는 고데기 화상 응급 처치 방법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허준 교수, “신속하게 15분 이상 찬물로 식혀야”

기사승인 2023-01-12 09:00:02
더 글로리 주인공 문동은(배우 송혜교). 온 몸에 고데기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남아있다.   넷플릭스 
 
“네가 고데기 열 체크 좀 해줄래?” 

넷플리스 ‘더 글로리’ 속 주인공 문동은은 학교 폭력으로 온 몸 곳곳에 고데기(헤어 미용기기) 화상을 입는다. 급하게 보건실에 들러 보건교사에게 과산화수소를 부탁했지만 학교폭력 가해자가 있던 탓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했다. 

계속되는 상처의 짓무름, 가려움과 열감으로 고통 받았던 문동은은 한겨울 눈밭에 구르며 증상을 완화시키려 애쓰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 때 응급 치료만이라도 잘 했으면 그 고통을 덜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병원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응급 처치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쿠키뉴스는 국내 화상 치료의 메카인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의 허준 화상외과 교수(병원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Q. 고데기로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나요? 가장 심한 정도라면 그 통증은 어느 정도일까요?

허 교수 : 화상은 접촉 화상, 화학 화상, 흡입 화상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고데기’를 통한 화상은 접촉 화상(혹은 열상 화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고체에서 전달되는 열이 피부로 전달되면서 화상을 입는데, 이 때 어느 정도의 열에서, 얼마나 오래 접촉하고 있었는지가 피부 손상의 심각도를 결정한다. 따라서 고데기로도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중증 화상인지를 구분할 때는 화상을 입은 면적이 얼마나 넓은 지를 따진다. 몸 전체 부위를 최대 100이라고 한다면 그 중 5분의 1 이상을 데었을 때 중증이라고 한다. 화상의 깊이는 또 다른 문제다. 깊이는 피부 표면만 손상된 경우 1도, 피부 표면 밑 진피층까지 손상되면 2도, 피하지방, 뼈까지 침범하면 3도 화상으로 구분한다. 피부가 뜨거운 열에 오래 노출될 수록, 같은 부위에 반복적인 열이 가해질 수록 단계가 높아진다. 

통증은 주관적이라 어느 정도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표피층 피부가 처음 열에 닿는 그 순간이 굉장히 따갑고 가려우며 고통스럽다. 하지만 상처가 깊을수록 무감각해져 오히려 통증이 덜해진다. 계속 같은 자리에 화상을 입게 되면 상처는 깊어지되 통증은 줄어드는 것이다. 대신 화상을 입은 주변 부위에서 통증을 느낀다. 그러다 뼈까지 열이 전달돼 손상을 입으면 신경에 통증을 일으킨다. 또한 신체 부위별로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사실 신체적 통증도 통증이지만 공포심으로 오는 심리적 괴로움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글로리’ 속 주인공이 겪었던 학대와 공포심, 통증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트라우마를 감히 상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글로리 극 중 한 장면. 가해자들이 고데기를 이용해 학교폭력을 가하고 있다.   넷플릭스

Q. 이런 화상의 경우 가장 먼저 조치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허 교수: 열에 접촉해서 생긴 화상은 반대로 해주면 된다. 상처를 바로 식히는 것이 기본적인 응급처치다. 뜨거운 열에 계속 노출될수록 상처가 깊어지고 넓어질 수밖에 없다. 보통 고데기 화상 경우 1~2도 화상이 경우가 많은데, 손상된 부위를 빠르게 물로 씻어주는 게 중요하다. 중요한 키워드는 ‘신속하게’ ‘15분 이상 충분히’ ‘찬물’에 식혀주는 것이다. 다만 30분 이상 넘어가면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떨어진다. 

또한 얼음도 통증 정도를 낮춰주는데 도움은 되지만 혈관을 조이는 작용으로 혈류를 방해해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얼음은 오래 두면 주변 감각이 없어져 장시간 노출될 확률이 높고, 동상에 걸릴 수 있다. 만약 사용한다면 최대 30분이라는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 

Q. 극 중 주인공은 ‘과산화수소’로 응급 처치를 하려 시도했는데요, 이는 적합한 방법인가요? 

허 교수: 절대 안 된다. 과산화수소나 알코올로 화상 부위를 소독하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소독약에는 독성이 있어 상처 외 정상 조직까지 추가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열 접촉으로 인한 화상은 다치자마자 오염 부위에 닿지 않는 이상 감염된 부위가 아니다. 따라서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씻고 깨끗한 천으로 덮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병원에 오기 힘들 때는 아까 말한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하고 하루정도 상태를 지켜보는 것도 괜찮다. 통증이 심하거나 진물이 계속 나는 등 심각한 상처가 아니면 시중에 파는 마데카솔과 같은 연고를 사용해도 된다. 다만 이러한 연고가 상처를 빨리 낫게 하는 것은 아니며 상처 보호 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밴드는 습윤 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화상 상처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다고 느끼면 병원에 와서 상태를 꼭 확인해야 한다.

Q. 화상으로 생긴 흉터, 완전히 없앨 방법은 없나요?

허 교수: 흉터를 제거할 때 보통 레이저를 떠올린다. 레이저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레이저는 기본적으로 빛에서 한 파장을 뽑아내 증폭해서 쓰는 치료 기구로, 치료 목적과 파장에 따라 종양을 잘라내거나 지혈하는 데도 쓰인다. 

흉터는 접촉 화상 중에서도 3도 화상에서 흔히 발생한다. 하지만 사실 어떤 흉터든 기본적으로 완벽하게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레이저로 화상 흉터를 조금은 개선시킬 수 있지만 이전과 같은 깨끗한 피부를 기대하긴 어렵다. 응급처치를 잘하고, 치료를 제 때 제대로 받는 것이 흉터를 최소한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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