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다사다난 ‘환혼’, 처음으로 눈물 났죠” [쿠키인터뷰]

이재욱 “다사다난 ‘환혼’, 처음으로 눈물 났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1-12 09:00:07
배우 이재욱.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재욱은 tvN ‘환혼’ 시리즈를 도전으로 기억한다. 30부작을 오롯이 이끌었다. 데뷔 3년 만에 주연으로 올라선 그에게 파트 1, 2로 나뉜 장편 드라마는 어려워도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산전수전 겪으며 1년을 꼬박 쏟아부었다. 촬영 마지막 날, 이재욱은 늘 그랬듯 담담했다. 다음날 저도 모르게 촬영장 출발 시간에 눈을 뜬 그는 그제야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종방연에서 박준화 감독과 다시 만난 이재욱의 마음은 세차게 꿈틀댔다. 고생했다는 박 감독의 말에 여느 때와 달리 울컥했다. 

“작품 끝나고 운 적이 정말 없었는데… ‘환혼’은 눈물이 아주 조금은 나더라고요.” 지난 5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재욱은 미소 띤 얼굴로 당시를 회상했다. 몸에 ‘환혼’이 새겨진 기분이란다. 여전히 ‘환혼’이 뇌리에 깊이 남은 듯했다. “다사다난한 작품이었다”는 말과 달리 드라마 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습이 꽤 즐거워 보였다.

“스스로 반신반의했어요.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라는 장르부터 워낙 생소하잖아요. 심지어 파트 1, 2로 나뉜 프로젝트고요. 30부작 주인공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해봤거든요. 재밌는 순간이 정말 많았어요. 좋은 작품을 긴 호흡으로 선보여 뿌듯했어요. 부담이 컸지만, 장욱에게 마음이 쏠리며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tvN ‘환혼: 빛과 그림자’ 스틸컷

이재욱이 연기한 장욱은 두 파트로 나뉜 ‘환혼’을 관통하는 인물이다. 최약체였던 그는 낙수(고윤정)의 혼이 깃든 무덕(정소민)과 함께하며 대호국 최강자로 점차 성장한다. 무덕과 이별한 파트 2부터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벗고 냉혈한으로 살아간다. 변화가 도드라지는 만큼 캐릭터를 직시하는 것에 주력했다.

“저는 파트 1 장욱처럼 나약하고 부족한 점이 많아요. 그래서 이전과 달라져야 하는 파트 2 연기가 더 어려웠어요. 표현해야 할 게 많았어요. 연기에 몰두할수록 감정 기복이 커졌죠. 장욱이 겪는 낯섦과 어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했어요. 대본을 볼 때마다 암울한 감정이 솟구치는 게 조금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이런 감정을 억누르다 보니 우울과 고독을 숨긴 장욱을 잘 표현할 수 있었어요. 홍자매 작가님 특유의 밝고 로맨틱한 부분을 살리는 것에도 집중했죠.”

판타지 활극에 개성을 더한 건 로맨스다. 캐릭터들이 당연한 듯 내뱉는 “미친 신붓감”, “절세미인” 등 통통 튀는 대사가 유쾌함을 더했다. 전작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앞으로 내게 여자는 은단오 하나다”라는 대사를 소화했던 그에게도 낯간지러운 말이었다. 이재욱은 “어색하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느껴진다. 평소에 쓰는 말처럼 표현했다”며 씩 웃었다. 함께 호흡한 여주인공이 정소민에서 고윤정으로 바뀐 건 그에게 납득할 만한 변화였다. 장욱의 감정선에 대해 묻자 고민한 티가 나는 답을 내놨다.

tvN ‘환혼: 빛과 그림자’ 스틸컷

“몸이 달라져도 같은 혼을 만나는 게 필연적이라는 이야기예요. 대본을 읽을 때부터 이해하기 어렵진 않았어요. 저는 (장)욱이의 감정을 잘 표현하려 했어요. 사랑에 빠진 욱이에게 불편함을 느낀 분이 계시다면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잘못이죠. 욱이에게 필요한 건 자신을 사랑하고 돌봐줄 사람이었어요. 욱이는 운명으로 얽힌 낙수를 만나 마음속 결핍을 채워요. 그러면서 깨달음을 얻어요. 욱이는 대호국에서 유일하게 눈을 뜬 인물이에요. 성장하는 과정을 그릴 수 있어 기뻤어요.” 

장욱에게 낙수가 있듯, 이재욱에게도 필연적인 만남이 있었다. 연극과 대학생이던 스물한 살 이재욱을 발굴해 연예계로 이끈 매니저다. 지금도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아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데뷔한 이재욱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어쩌다 발견한 하루’, ‘도도솔솔라라’ 등을 거쳐 주연 배우로 떠올랐다. 이재욱은 “라이징 스타 이상이 되고 싶다”며 발전을 염원했다.

“좋은 평가를 얻을수록 생각이 많아져요. 다음엔 더 잘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자라나죠. 동력은 성취감이에요. 어려운 신을 해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모여 저의 연기 인생을 이끌고 있어요. 이렇게 주어진 상황에 열심히 임하면 라이징 스타보다 더 좋은 수식어가 붙지 않을까요? 앞으로 저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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