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주가 연상호 감독과 함께 SF 판타지로 돌아왔다. 무대는 2194년 폐허가 된 지구와 우주다. 이들이 선보이는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과거 내전을 승리로 이끈 전설의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인공지능)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12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정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현주, 류경수와 연상호 감독은 “새로운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수연 덕분에 ‘정이’를 영화로 만들었죠”
‘정이’의 출발점은 지난해 5월 작고한 배우 강수연이다. 당초 연상호 감독은 ‘정이’ 이야기를 구상하며 영화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기엔 한 개인에 국한된 이야기라 생각했다. 마음이 바뀐 건 윤서현 역으로 강수연을 떠올리면서부터다.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은 ‘정이’의 원동력”이라며 “어렵게 연락처를 얻고 덜덜 떨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번 해보자’는 선배님 말에 ‘정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김현주는 고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처음 뵙던 날 반갑게 인사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돌아보던 그는 “현장에선 그저 진지하고 열정적인 동료였다. 선배님도 고민이 컸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며 울컥해했다. 류경수 역시 “선배님과 함께 연기할 수 있던 건 인생 최고의 영광”이라면서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런 액션, 앞으로 또 할 수 있을까 싶어”
김현주는 ‘지옥’에 이어 본격적인 액션에 도전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전투 용병의 전설인 인간병기 정이이자 A.I.로 재탄생한 로봇 정이. 예고편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걸출한 액션이 담겼다. 연 감독은 로봇들이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 투박한 이미지를 생각하며 액션 콘셉트를 잡았다. 김현주는 총기를 활용한 액션부터 타격감을 살린 전투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런 액션을 앞으로 또 할 수 있을까 싶다”고 운을 뗀 그는 “상상한 적 없는 연기였다. 사람 정이와 부자연스럽지만 자연스러운 A.I. 정이를 각각 표현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류경수는 A.I. 개발 연구소 크로노이드 소장 상훈을 연기해 여러 면을 보여줄 예정이다. 연 감독은 “김현주는 잘생긴 얼굴과 감정이 느껴지는 액션으로 정이를 완벽히 표현했다”면서 “류경수는 착실히 설계된 연기로 ‘정이’ 이야기 전체를 이끈다”고 귀띔했다.
“한국형 SF, 생소해서 더 신선할 것”
‘정이’는 다양한 소재를 다뤄온 연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이다. 좀비(영화 ‘부산행’), 초능력(영화 ‘염력’), 사후세계(넷플릭스 ‘지옥’)에 이어 폐허가 된 지구와 우주로 발을 넓혔다. 전설의 용병이라는 상징으로 소구 되던 정이가 자유와 해방을 얻어가는 과정을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그렸다. 연 감독은 “한 인물의 해방이라는 이야기 토대에 SF 세계관을 덧입혔다”면서 “정이의 영광을 되살리고 싶은 딸 서현(강수연)의 모습이 한국적인 정서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SF 장르인 만큼 후반 작업에만 꼬박 10개월을 쏟았다. 미술·무술팀과 골몰해 만든 결과물에 CG(컴퓨터그래픽)팀의 뼈를 깎는 노력이 더해졌다. 감독과 배우들은 “미술, 조명, 세트 등 모든 게 완벽하게 이뤄졌다. 생소한 비주얼이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라면서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와 SF 장르가 가진 새로운 재미를 느껴주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