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또…연예계 병역 비리 악몽

잊을 만하면 또…연예계 병역 비리 악몽

아이돌 래퍼 라비, 병역 비리 연루돼 불구속 입건

기사승인 2023-01-13 15:58:43
래퍼 라비.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룹 빅스 출신 래퍼 라비가 병역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라비를 불구속 입건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라비 측은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언제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1일 구속된 병역 브로커 구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13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구씨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라비가 구씨에게 병역 관련 상담을 의뢰하고 조언을 받은 정황을 파악했다. 구씨는 의뢰인들에게 뇌전증 허위 진단 수법을 알려준 뒤 수수료로 수천만원 씩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팀은 구씨 등 브로커를 통해 병역을 기피한 대상이 약 7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넓히는 중이다.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조재성은 지난달 28일 SNS에 글을 올려 병역 면탈을 시도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이밖에 영화·드라마 등에서 주목받는 20대 배우, K리그에서 활동 중인 축구 선수 등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라비는 지난해 10월 훈련소에 입소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하고 있다. 당시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된 배경을 “건강상의 이유”라고만 알렸다.

가수 유승준. 연합뉴스

연예계에서 병역 비리는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악몽이다. 병역을 미루던 가수 유승준이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입국 금지당한 사건을 비롯해 2004년 배우 송승헌·장혁·한재석이 소변검사를 조작해 병역 면탈을 시도한 사실 적발된 사건, 2008년 모델 쿨케이와 래퍼 디기리가 혈압을 인위 조작해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사건 등이 대중에게 충격을 줬다.

래퍼 MC몽은 2012년 병역을 면제받으려 이를 뽑았다는 의혹을 받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수년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병역위반혐의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로도 방송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힙합가수 김우주는 “귀신이 보인다”는 등 정신질환 증세를 거짓으로 호소해 현역병 복무를 피했다가 201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래퍼 던밀스는 2017년 고의로 살을 찌워 병역을 기피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뒤 2018년 입대했다.

연예계는 라비가 연루된 이번 병역 비리 의혹으로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모양새다. 유명 보이그룹 등 여러 아이돌 가수와 일한 관계자 A씨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아이돌은 직업 특성상 신체가 다 발달하지 않은 어린 시절부터 격렬한 안무를 연습해 부상이 잦은 데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 논란으로 정당하게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받은 연예인에 대한 인식도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예전과 달리 전역 이후에도 활발히 활동하며 인기를 이어가는 연예인이 많아졌다. 사전에 제작한 콘텐츠를 군 복무기간에 공개하는 등 팬들과 접점을 이어가 일명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가 예전만큼 치명적이지 않다”면서 “입영 당사자는 군 복무로 인한 공백을 두렵게 느낄 수 있으나, 부적절한 방법으로 병역을 피하려는 시도는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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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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