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치며 불행하느니 ‘요즘 것들’ 되는 게 낫죠”

“전 부치며 불행하느니 ‘요즘 것들’ 되는 게 낫죠”

기사승인 2023-01-23 06:01:02
차례상을 차리고 고향에 내려가는 것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명절을 대하는 MZ세대의 인식이 기존과 달라졌다.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5일간 약 61만6074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일평균 기준 여객 수는 12만4215명이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 기간 일평균 여객 8859명 대비 12배 증가한 수치다.

설 연휴 여행 상품 판매도 폭증했다. 티몬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해외여행 매출은 지난해 대비 48배 증가했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티몬의 국내·해외여행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늘었다.

직장인 김지민(26·여)씨는 설 연휴 기간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충남 태안 바닷가 앞 펜션을 예약한 김씨.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오는 게 김씨의 계획이다. 김씨는 “MZ세대에게 명절은 휴가의 개념”이라면서 “전통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자기 행복이다. 전 부치며 불행하느니 ‘요즘 것들’ 소리 듣는 게 낫다”고 밝혔다.

강원 강릉에서 사는 송지연(26·여)씨는 고향인 경기 용인을 찾는 대신 집에 머물기로 했다. 연휴 기간 친구들과 홈파티를 할 생각이다. 스테이크, 파스타 등을 만들 밀키트도 구매했다. 송씨는 “친척들과 모이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지내려고 한다”면서 “명절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날 아니냐”고 말했다.

휴식 대신 돈을 택한 청년도 많다.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이 20~30대 1436명을 대상으로 설날 연휴 계획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단기 아르바이트를 계획 중이라는 응답은 55.8%에 달했다.

휴학생 임주혁(27)씨는 이번 연휴 배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다. 막히는 고속도로 위 갑갑한 차 안에 앉아있기보다 몸을 움직여 돈을 버는 것이 생산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고향에 가지 않는 1인 가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들이 늘어 배달 수요가 많다는 얘기도 들었다. 임씨는 “저 같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명절은 대목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경기가 안 좋아 용돈 받기도 눈치가 보인다. 이럴 때 돈을 벌어 놓아야 당분간이라도 생활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심은지(28·여·가명)씨는 설 연휴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밀린 드라마와 영화를 연달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심씨는 “주말마다 가족 모임이나 약속 등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모자랐다”며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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