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추위에 북한강, 자연의 거대한 캔버스 변신
- 흑과 백의 수묵화가 잔잔한 감동 전해
- 조형미 넘치는 다양한 작품들도 선보여
어느 새 설 명절도 지나고 3년 만에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된 지난 30일, 북극 한파 속에 강물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북한강은 자연이 그려낸 멋진 수묵화를 강 곳곳에 펼쳐냈다.
북한의 금강산(金剛山) 부근에서 발원해 강원도 철원군과 화천군 화천읍을 거쳐 남쪽으로 흐르는 북한강에 시베리아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경기도 남양주 조안면 일대는 거대한 자연의 캔버스가 펼쳐졌다. 남한강과 합류하여 한강이 되기 전 멋진 자연의 예술작품들을 선보인 것이다.
모처럼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비록 코끝을 스치는 강바람이 매섭기는 하지만 싱그럽기 그지없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눈 덮인 강 가운데부터 좌우를 유심히 살펴보면 초대형 얼음 캔버스 위에 자연 붓으로 거침없이 내달린 멋진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다양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을 이용해 붓끝을 타고 내린 먹물이 화선지에 번지며 흑백의 조화가 펼쳐진다.
촬영용 드론이 그 붓끝을 따라 북한강 한 가운데에 날라 들어가 자연의 수묵화를 하나 둘 담아냈다.
북한강의 청명한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결빙 부분은 눈과 온도, 바람, 습도, 유속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얼어 있었다.
수묵의 농담으로 표현한 실경산수가 신선들의 놀이터처럼 보이듯 밤새 얼었다가 녹았다를 반복하고 아침 안개가 눈처럼 살포시 내려앉으면서 북한강을 수놓은 다양한 작품들은 흑과 백의 농담(濃淡)이 선명하다. 더불어 꽁꽁언 얼음끼리 부딪쳐 깨졌다가 붙었다가 이어지면서 선과 면의 조화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수묵화는 물론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로운 자연의 작품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남양주=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