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주 도둑 잡아라’ 메디톡스 승리… 대웅 “즉각 항소”

‘균주 도둑 잡아라’ 메디톡스 승리… 대웅 “즉각 항소”

기사승인 2023-02-10 16:40:12
쿠키뉴스 자료사진

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술을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법정공방이 메디톡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재판장 권오석 부장판사)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측을 상대로 낸 501억원 규모의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 측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을 지급하고, 대웅제약이 일부 균주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폐기하도록 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을 앞세워 국내외 톡신 시장 확장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앞서 2017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전 직원을 통해 보툴리눔 균주 기술을 도용했다며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당초 11억원이었지만, 이후 501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두 회사의 주가는 출렁였다. 당분간 두 회사의 톡신 사업에 판결이 미칠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4시50분 기준 대웅제약의 주가는 12만8100원으로 전일 대비 2만5000원(약 17%) 이상 하락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전일 대비 3만7300원(약 27%) 오른 17만200원에 거래됐다. 

메디톡스의 민사소송 1심 승소는 뜻밖의 결과다. 지난해 2월 형사사건의 결론이 대웅제약 측 판정승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대웅제약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민사 법정에서도 메디톡스의 완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었다.

앞서 미국에서 맞붙은 소송전에서도 메디톡스는 승기를 잡지 못했다. 2021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서 대웅제약은 당초 예비판결에서 나왔던 ‘수입 금지 10년’에서 대폭 줄어든 ‘수입 금지 21개월’을 받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대웅제약이 불복해 미국 연방항소순회법원(CAFC)에 항소했고, 최종적으로 전면 무효가 됐다.

패소한 대웅제약의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현재 61개국에서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는 물론,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 미주 시장에 출시된 상태이며, 영국과 태국 등을 필두로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된 나보타의 연간 매출액은 1079억원에 달한다.

다만 아직까지 1심 단계인 만큼 반전의 여지는 크다. 대웅제약은 즉각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민사법원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를 보여 유감이다”라며 “(형사법원이) 압수수색, 디지털 포렌식,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메디톡스 고유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내린 무혐의 처분과 완전히 상반된 무리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행정지 및 항소를 즉각 신청할 것이며, 나보타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는 추가 소송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향후 대웅제약의 항소에도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토대로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민사소송 1심 판결로 휴젤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메디톡스는 휴젤과도 미국 ITC에서 재판을 벌이는 중이다. 메디톡스는 휴젤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앞서 대웅제약과 ITC 소송을 진행할 당시에도 우리나라 법원에서 나온 각종 조사자료와 재판 결과를 ITC에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이번 민사소송 1심 판결문이 ITC에 제출된다면, 메디톡스 측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참고자료인 셈이다. 이날 휴젤의 주가는 13만3800원으로 전일 대비 2만9700원(약 18%) 떨어졌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