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GS 등 대형건설사들이 대구 아파트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공급 물량 중 일부를 제외하곤 청약경쟁률이 1%대에 불과하다. 높은 분양권과 수요 대비 무리한 공급이 초래한 사태로 풀이된다.
14일 국토교통 통계누리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1만3445세대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대구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만 3105세대가 집주인을 찾지 못했다.
청약률도 미미하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민간분양 청약경쟁률 평균은 7.7대 1이다. 대구는 고작 0.5대 1에 그쳤다. 지난해 대구에 분양한 5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24곳 가운데 지난 1월 기준 분양률이 20% 미만인 곳은 18곳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도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대구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미분양이 지역별로 많다. 서구에도 있고 수성구엔 이미 분양을 받았지만 마이너스 피로 거래를 하려는 분들도 있다”라며 “수성구는 그나마 미분양이 많지 않고, 그래도 아파트나 주택,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분들은 수성구로 하려고 한다. 수요가 꾸준하기도 하고 서구나 달서구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밝혔다.
대구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미분양은 대구 가장자리가 심하고 곧 중심가로 들어올 것”이라며 “미분양은 대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다 그렇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구 미분양 사태 원인을 높은 분양가와 공급 과잉이라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미분양이 쌓이는 이유는 수요 대비 공급이 많다는 것”이라며 “분양가 책정도 실수”라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 여건이 받쳐주거나 수요가 폭발하지 않는 한 미분양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구 미분양 사태를 ‘소화불량’에 비유했다. 2년여 사이에 대구엔 타 광역시 대비 분양이 많았다. 이 때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전매제한도 막히고, 청약조건은 더욱 깐깐해졌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미분양이 쌓였다는 것.
권 팀장은 “경기가 꺾였을 때 분양이 적었다면 지금 만큼 물량이 쌓이진 않았을 텐데 계속 물량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미분양이 쌓이는 와중에 신규로 공급하면 시장엔 부정적 인식이 쌓이고 결국 악순환이 반복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분양이 쌓인 곳은 분양이 당분간 안 나와야한다”라며 “건설사들도 신규 분양을 최대한 늦출 것이고, 하더라도 당분간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대구에 물량을 공급한 건설사들은 전전긍긍해하고 있다. GS건설이 지난해 분양한 ‘대명자이 그랜드시티’는 초기 미분양 비율이 90%다. 전체 1501세대 중 1350세대가 분양되지 않았다. ‘범어자이’는 399세대 중 161세대(40%), ‘대구역자이 더 스타’는 424세대 중 159세대(38%)가 미분양을 기록했다.
청약경쟁률은 ‘대명자이 그랜드시티’가 평균 0.09 대 1을 기록했다. ‘범어자이’ 1순위 청약률은 전체 6개 유형 중 5개 유형(전용 84㎡)이 무더기로 미달했다. 6개 유형 중 전용면적 114㎡(경쟁률 1.1대1)를 제외한 5개 유형이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대구역자이 더 스타’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02대 1이었다. 다만 ‘두류역자이’ 84㎡ A타입은 11.2대 1을 기록하며 대구 최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도 1·2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478가구 모집에 28명만 신청해 청약 경쟁률은 0.06대 1에 그쳤다.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 1·2순위 청약 경쟁률 0.14대 1이었고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 1·2순위 청약 경쟁률은 0.25대 1이었다.
신세계건설도 도시형 생활주택 ‘빌리브 디 에이블’ 청약을 받았는데 전체 256가구 중 245가구가 미달하는 참패를 겪었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된 곳은 초기 계약률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서 큰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분양을 하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촉진책을 쓰려고 해도 대구 시장이 워낙 안 좋아서 지금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타사도 사정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시는 올해 신규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을 지난달 말 전면 보류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기 승인된 주택건설 사업지엔 분양시기를 후 분양 유도와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것을 사업주체에게 요구하기로 했다. 시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가용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입주 예정물량도 3만6059세대로 예측되고 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