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를 8승 1패, 단독 선두로 마친 ‘페이커’ 이상혁(T1)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T1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1라운드 리브 샌드박스와의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2대 1로 승리했다. 리브 샌박의 기세에 1세트를 내줬지만, 2-3세트를 내리 따내며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 후 쿠키뉴스와 만난 이상혁은 “1, 2세트 때는 내가 원하던 만큼의 경기력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3세트 때는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면서도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다음 경기도 조금 더 발전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1세트 같은 경우는 라인전 압박을 조금 세게 가져가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2세트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덜 유리하게 가져간 것 같아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리브 샌박에 대해선 “확실히 좀 저력 있는 팀이라는 걸 느꼈다. 한타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고 라인전 단계에서도 굉장히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더라”며 고평가했다.
이상혁은 1라운드 T1의 경기력에 전반적인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보완해야 될 부분도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라운드 때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픽이나 플레이를 경기에서 많이 보였다. 그런 부분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었던 점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세트 패배를 많이 하면서 우리가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경기력은 아직 아닌 것 같다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상혁은 “우승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진 않지만, 아무래도 경기 중간에 실수하는 부분이나 라인전에서 손해보는 것들을 다듬는다면 충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일하게 1패를 안긴 한화생명e스포츠전에 대해선 “그 경기 역시 실험적인 픽 등을 많이 연구하고 시도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면서도 “그런 패배를 통해서 선수들 모두 동기부여를 얻은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T1은 올 시즌 메타를 선도하고 있는 팀이다. ‘케이틀린’과 ‘바루스’, ‘진’ 등 원거리 딜러 서포터를 적극적으로 기용해 상대 허를 찔러왔다. 이날 경기에서도 탑 ‘야스오’, 서포터 ‘애니’ 등을 선택하는 등 다채로운 픽을 선보였다. 이상혁은 “선수들이 다들 열정을 갖고 연구를 하기 때문에 다채로운 픽이 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배경을 전했다.
한편 이상혁은 이날 2세트를 기점으로 LCK 통산 800세트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매 걸음이 역사다. 이상혁은 “(800전은) 솔직히 별 생각 안 들었다. 매년마다 승리든 패배든 새로운 기록들이 항상 나와서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800전이라는 것 자체가 LCK에 있어서는 굉장히 큰 의미다 보니까 많은 팬 분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프로 생활 앞에는 여전히 많은 경기가 놓여있다. 이상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T1과 3년 재계약에 합의했다. 계약이 끝날 무렵이면 한국 나이로 30세가 된다. 그는 2016년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이후 롤드컵 우승이 한 차례도 없다. 작년에는 결승에 올랐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도 조급한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이상혁은 “조급함이라는 감정은 내게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작년에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올해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이 있다”면서 “만약에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런 과정 속에서 충분히 많이 배울 수 있고 얻어가는 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급하지 않다”고 답했다.
800세트까지 치르는 동안 인간 이상혁도 많이 변했다. 최근에는 부쩍 밝아진 모습으로 팬들을 기쁘게 만들고 있다. 팀 동료이자 어린 동생들의 영향을 받은 덕이다. 이상혁은 “많은 선수들과 (어우러지는) 환경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여러 좋은 부분들은 닮아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성적도 잘 나다 보니까 나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멤버들이 성격적으로도 유쾌하고 게임에 있어서는 다들 진지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경기력적으로도 굉장히 잘하는 선수들이다 보니 내게 있어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T1의 다음 상대는 2위 젠지e스포츠다.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다. 이후에는 리브 샌박과 리매치업을 가진다. 이상혁은 “젠지는 당연히 방심해서는 안 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리브 샌박도 확실히 잘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방심하면 안 된다”며 “그 두 팀과 이미 경기를 했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열심히 우리 경기력을 개선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는 “1라운드를 8승 1패로 마치면서 마음에 조금 드는데, 2라운드 땐는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