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만 넘어가면 된다는 식의 태도로 사업을 이어갈 경우 소비자는 언제라도 다시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 차례 불매운동을 겪은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경영 방침 등을 내세우고 돌아선 소비자 마음을 달래고 있다. 지난 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노재팬)으로 인해 한동안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매장 수 감소까지 이어지던 유니클로는 최근 성공적으로 시장에 재기했다. 지난 2022년 회계연도 기준(2021년 9월~2022년 8월) 11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영업익 1000억원대’에 재입성했다.
업계는 유니클로의 이같은 시장 재입성의 이유로 지속가능 경영 아래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유니클로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활동 방향으로 ‘지속가능성’을 꼽았다. 이를 위해 유니클로는 옷을 통해 모든 사람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브랜드 철학 ‘라이프웨어(LifeWear)’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지속 가능성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자사 운영시설의 에너지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90%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제품 생산과 관련한 공급망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삭감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2030년까지 리사이클 소재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소재의 비중을 50%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셀바 에이코(Eiko Sherba)는 “옷을 만들고 입는 모든 과정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보탬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유니클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목표를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활동의 경우 패션기업답게 의류를 지원하는 식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보육원 시설 아동과 장애인에 맞춤형 리폼 의류 지원 등이다. 또 2025년까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투자를 100억엔(한화 약 950억원)으로 늘리고 의류 기부를 확대해 연간 1000만 벌의 의류를 지원할 방침이다. 아이들과미래재단과 손잡고 느린 학습 아동으로 불리는 ‘경계선 지능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천천히 함께’ 캠페인도 출범했다.
계열 공장 SPL에서 20대 근로자의 사망사고 발생과 미흡한 대처로 인해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SPC는 ‘안전 경영’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앞서 SPC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SPC 안전경영위원회는 사업장의 산업안전, 노동환경,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감독하고 권고하며 안전한 사업장 만들기의 구심점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올해 인사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SPC는 SPL에 박원호 신임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농화학과 출신인 박 대표는 샤니 연구소 기술파트로 입사해 19년간 호남샤니 공장장을 지냈고, 2015년 그룹 식품안전센터장을 거쳐 2021년부터 안전경영본부를 총괄했다. 현장경험과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인사로 풀이된다.
다만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 ‘보여주기식’ 반짝 활동에 지날 수도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한 순간의 땜질식 대응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개선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만난 대학생 A씨(23)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주느냐가 중요해 보인다”며 “소비자들은 결국 우리 제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태도로 사업을 영위하면 또다시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소비자는 영원히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35)는 “소비자 입장에서 불매운동은 뇌리에 깊게 박힌다. 잊기 힘들다”면서 “지금과 같은 태도로 노력한다면 좋은 이미지 쇄신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사에게 있어 불매 운동은 굉장히 큰 타격을 준다. 최근 SPC부터 유니클로, 남양유업까지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며 “사안에 대한 진심 있는 사과를 비롯해 기업 이미지를 위한 사회공헌활동 등 ESG 경영을 적극 실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단발성 있는 캠페인에 그치기보다 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단계별 수립계획을 세우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