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야 안녕, 올 겨울 또 만나” 고니 환송식 열려

“고니야 안녕, 올 겨울 또 만나” 고니 환송식 열려

- 귀향(歸鄕) 앞둔 진객 고니 위해 넉넉한 먹이 제공
- 푸른교육공동체와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 공동 진행
- 하남시민 50여명 참석 고니와 작별 인사

기사승인 2023-02-26 06:01:01
25일 오후 귀향하는 큰고니들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고니환송회'가  경기도 하남시 산곡천 하류 당정섬 인근에서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 푸른교육공동체 회원들과 고니학교 수강생, 일반 시민 등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TIF 파일이어서 사진이 연속해 넘어간다.)

- 올 겨울 고구마 1900kg와 밀 1500kg 공급
- 당정섬 주변으로 큰고니 1,500 여 마리 확인
- 고니들 3월 중순까지는 대부분 떠나

 “와~ 세상에 모든 백조가 한 자리에 모인 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 고니가 먹을 고구마를 썰어서 당정섬으로 향하던 한 어린이가 신기한 듯 외친다. 팔당댐 하류 당정섬 일원에 ‘곤곤곡곡’ 고니의 울음소리가 넘쳐난다.
하남시 당정섬 일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 올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 좋은 수도권 최대의 철새도래지이다.

한 겨울 추위가 물러나며 봄기운이 돌고 있는 경기도 하남시 당정동. 금강산 단발령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태백 검용소에서 천리를 흘러 내려 온 남한강이 팔당댐에서 만나 잠시 숨고르다 한강이 되어 서울로 흘러내리는 곳 당점섬 일원은 큰고니의 낙원이다.
큰고니 가족이 팔당대교를 넘어 선회비행하며 하남 당정섬 앞 먹이터에 사뿐히 내려앉고 있다. 이미 500여 마리에 이르는 고니들은  자리를 잡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올림픽 이후 지속된 한강종합개발 사업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골재 채취 사업으로 완전히 사라졌던 당정섬이 개발을 멈추자 2000년대에 들어서 퇴적 작용이 일어나 섬의 일부가 다시 복원되면서 큰고니들의 월동지가 되었다.
이후 해마다 당정섬 월동지를 찾아오는 고니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고니에게 먹이주기를 시작하면서 고니의 개체수가 크게 늘었다. 팔당댐을 지나 한강을 따라 편대 비행하던 큰고니 가족이 하남 당정섬 앞 먹이터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얼핏 보아도 500여 마리에 이르는 고니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다.
겨울 진객 큰고니가 아파트를 배경으로 무리지어 날고 있다. 이같이 팔당대교 아래서 큰고니가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

- “배불리 먹고 먼 길 잘 다녀오렴”
겨울 추위가 다소 풀린 25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산곡천 하류 당정섬 인근에 어린이와 시민 50여 명이 모여 있다. 시민들은 새들이 먹기 좋게 고구마를 채를 썰어 박스에 가득 담아 환송회를 준비했다. 매년 겨울 하남을 찾아오는 겨울 진객에게 고마운 마음과 올 겨울 다시 만나자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북쪽 번식지로 떠나는 고니가족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대접하기 위한 행사가 열린 것이다.
25일 하남시 한강변에 위치한 당정섬 주변 모래톱에 서정화 고니학교 교장을 비롯 하남시 푸른교육공동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시베리아 등 번식지로 먼 길을 떠나는 큰고니를 위해 먹이를 주고 있다.

이번 행사는 하남시 푸른교육공동체와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고니환송회에는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 푸른교육공동체 회원들과 고니학교 수강생, 일반 시민 등 50여 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먼저 유니온타워에서 영상교육 및 고구마 썰기를 한 후 고니학교 탐조대까지 이동해 먹이주기와 탐조활동을 진행되었다.

행사를 주관한 서정화(60) 고니학교 교장은 “지난 4개월간 우리 하남에서 월동한 큰고니들이 번식지인 중국과 몽골, 멀리는 시베리아까지 떠나 그곳에서 새끼들을 키워 11월경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다.”면서“이동거리가 짧게는 3,000km에서 길게는 8,000km에 이르는 대장정”이라고 말했다.

먼 길 떠나는 큰고니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공급된 먹이는 고구마 20박스이다. 이날 행사에 쓰일 고구마를 큰고니들이 먹기 좋게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채로 썰고 있다.

행사 참가자들이 고구마 박스를 들고 강가로 향하고 있다. 고니학교는 매년 당정섬 인근 모래톱에 당정섬 일대에서 겨울을 나는 고니를 위해 고구마와 밀을 먹이로 제공하고 있다.

서 교장은 “지난1994년 26마리의 고니가 관측되었는데 지난해 말 하남 당정섬 일대 겨울철새 동시 센서스 조사 결과 23과 56종 3,244마리의 조류를 확인했다.” 면서,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 고니, 흑고니, 호사비오리, 흰꼬리수리, 참수리와 II급 큰고니, 참매, 흰목물떼새가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서 교장은 “서울과 인접한 하남시에서 멸종위기종 등 야생 조류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라며 “특히 북상을 앞둔 큰고니들이 당정섬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큰고니가 최대 1,560마리까지 확인되었다. 한강개발의 기계음이 멈추고 자연의 퇴적으로 당정섬이 살아났듯이 하남시에서 환경을 잘 가꾸고 이들을 보살펴 더 많은 겨울 철새들이 우리 고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고니환송식의 의미를 강조했다.

하남시환경교육센터 길영숙(46)강사는 “하남시 당정섬 인근은 검단산이 북풍을 막아주고 팔당댐에서 수력발전을 해서 강이 얼지 않아 먹이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등 월동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다 갖추었다.”면서, “이곳의 큰고니들은 주변 천에서 겨울을 보낸 큰고니들과 달리 영양이 풍부하고, 맑은 물에서 살아 외모도 깔끔하다.”고 설명했다.

당정섬 건너 철새 탐조대에서 초망원렌즈로 야생조류를 촬영하던 용환국(춘천· 61) 사진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을 자주 찾았다”며 “이따금 목을 들고 울어대며 날개를 퍼덕이는 고니의 모습은 화려한 조명아래 발레리나들의 현란한 춤연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서정화 고니학교 교장은 하남시와 환경부가 조금 더 이곳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외국에서도 관광객이나 탐조인들이 찾아올 정도로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팔당대교 아래인 하남시 당정섬 일대는 몽골,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서 매년 11월 첫째 주부터 고니들이 날아들기 시작해 이듬해 3월 초까지 이 지역에서 겨울을 보낸다.

부모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임은재(암사초 5학년)‧준현(2학년) 형제는 “동생과 함께 고니먹이 주기 행사에 참가해 기뻤다”며 “특히 새끼들이 많이 먹고 고향에 잘 돌아가서 올 겨울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큰고니 무리는 북서풍 불어 날기 좋은 날, 가족단위로 귀향을 시작해 3월 중순 경이면 대부분 번식지로 북상한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남= 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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