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WC 주제는 ‘내일의 기술을 실현할 오늘의 속도(Velocity)’다. 기술은 삶을 윤택하게 한다. 그러나 일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 기술을 만드는 건 인간이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게 기술이라면, 기술로 약자를 돌보는 것도 인간 몫이다.
해외에선 기술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 개발과 관련 활동에 적극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각장애인 보조지원 앱을 개발했고 지원 언어도 다양하다. 인공지능과 AR(증강현실) 헤드셋을 이용한 프로젝트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구글은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안경을 개발했다. 중국 IT기업 화웨이는 ‘모두를 위한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국내는 그러나 대개 소극적이다. 쉽게 말해 돈이 안 돼서다. 그래서인지 인공지능(AI) 기반 시각보조 앱 ‘설리번플러스’를 서비스하는 ‘투아트’ 조수원 대표는 사명감을 갖고 사업을 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을 돕는 서비스를 하는 기업도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 ‘투아트’ 같은 기업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기술로 소외된 사람 도울 의지 중요해”
조 대표는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 시각장애인은 사람에게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며 “고무적인 건 AI가 발전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받는 정보의 값어치도 풍부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은 약자를 소외시키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다만 이 기술을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서비스로 풀어낼 자가 있는가, 누가 의지를 가질 것인가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투아트’처럼 저 시력자를 위한 무료 서비스를 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 손에 꼽을 정도다. 수많은 테크 기업이 있고 기술 수준도 충분히 높아졌지만 서비스 개발이 활발하진 않다. 조 대표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에 연결되지 않으면 많은 기업이 꺼린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투아트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워 할 때 SKT가 힘을 보탰다. 설리번 서비스엔 SKT AI ‘누구’가 탑재돼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설리번’은 현재 전 세계 시각 장애인과 저 시력자가 애용하는 앱이 됐다. 조 대표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구상하고 있다.
MWC 2023에 참가한 ‘SKT ESG 얼라이언스’ 13개사 중엔 ‘투아트’처럼 기술을 이용해 장애인 혹은 어르신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다. 시각장애인용 스마트폰 보조입력기기 업체 ‘리보’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친절한 택시 ‘코엑터스(고요한택시)’ 어르신 AI 케어 서비스 기업 ‘해피커넥트’ 등이다. 이들 기업처럼 기술을 이용한 선한 영향력이 확산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 대표는 “조금은 힘들지만 한 발자국씩 가다보면 우리 같은 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