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전망 "고용 줄고, 노동시간만 늘 것"

한국 경제 전망 "고용 줄고, 노동시간만 늘 것"

[경제학자 김민주 인터뷰] "창의적 발상 실행 옮기기 힘든 사회 구조"
OECD 38개국 중 '삶 만족도' 36위...앞으로가 더 문제

기사승인 2023-03-06 08:54:15
경제학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경제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신간《세계를 이끈 경제사상 강의》를 쓴 저자 김민주는 22개의 학파를 통해 300년 경제학사를 통찰하고 있다. 지난주 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책을 쓴 배경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경제학자 김민주

Q. 7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세계 경제사상의 흐름과 특징을 집대성했다. 이 책의 특징은 무엇인가?

A. 22개 학파 중심으로 경제사상을 풀어냈는데, 사실 경제학 이야기만 너무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당시 정치 사회 경제 등 시대적 배경, 인물, 인문학과 연결하여 통섭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이 책의 경제사상에는 경제학자들이 개발한 경제이론은 물론이고, 경제사, 정치경제, 법경제, 문화사회, 과학기술 그리고 트렌드 이야기를 포함했다. 특히 이 책은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에서 20회 분량으로 진행했던 콘텐츠를 대폭 보완했다.

Q. 《세계를 이끈 경제사상 강의》는 18세기 중상학파부터 22개의 학파를 통해 300년 경제학사를 통찰하고 있는데, 학파와 경제학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A. 학파는 경제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많은 학문에 있다. 학파는 세상을 보는 차별화된 관점과 분석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달라지면서 모습을 약간씩 바꾸기도 한다. 학파가 일관되게 유지되려면 특출한 선구자와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계승자가 있어야 한다.

책에서는 22개 학파를 소개했으나, 이념 노선을 6개로 하여 비슷한 학파들을 시대순으로 묶었다. 이념 노선은 진화주의, 자유주의, 합리주의, 개입주의, 사회주의, 행동주의 등 6개로 나누었는데, 예를 들어 진화주의 이념에 역사학파, 제도학파, 신제도학파, 슘페터학파를 포함시켰다.

Q. 경제학의 역사를 ‘사상’적 관점으로 본 이유는 무엇인가?

A. ‘사상(思想)’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떠한 사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이라고 되어 있다. 경제사상은 경제현상에 대한 무수한 아이디어들의 도도한 흐름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토대로 하여 심도 있는 분석까지 포함했다.

경제현상은 표면에 나타나 있어 우리가 쉽게 목격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떤 관점에서 분석한 것을 경제이론, 그리고 이론들을 묶으면 경제학설, 그리고 이를 더욱 거시적으로 보면 경제사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사상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윤리학, 사회학, 정치학, 법학, 철학, 심리학, 종교학, 사학 등 다른 학문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Q. 22개 학파 중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학파는?

A.  22개 학파 중에 절반 정도가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념 노선별로 보면, 자유주의 노선으로는 오스트리아 학파, 합리주의 노선에는 새고전학파, 시카고학파를 들 수 있고 개입주의에서는 새케인스학파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진화주의에서는 신제도학파, 슘페터학파, 행동주의에서는 행동경제학파, 공공선택학파, 코틀러학파가 있다. 사회주의에서는 페이비언학파, 조지학파 그리고 포스트케인스학파가 있다. 정통주류 경제학으로 국한한다면 아무래도 새케인스학파와 새고전학파이 중심이고, 다른 학파들이 이를 보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다.

Q. 이 책의 마지막 장인 25강에서 ‘한국은 과연 진정한 선진국인가?’라는 주제로 사회, 복지, 문화, 환경, 삶의 질, 행복 등 여러 각도에서 한국의 현실을 가늠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

A. 대한민국이 GDP 총량으로 보면 세계 10위 수준, 일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소득분배의 불평등도가 심각해 개인별 복지, 삶의질, 행복으로 가면 순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2년 전에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면 수강자들을 대상으로 선진국 인식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응답자의 48%가 한국이 선진국이라 답했다. 부문별로 보면, 보건의료, 경제, 문화에서는 선진국이라 답한 반면, 삶의 질, 행복, 정치사회에서는 선진국이 아니라는 답변이 매우 많았다. 특히 정치사회가 최하위였다. 교육, 복지, 과학기술, 환경은 가운데에 속했다.

실제로 <2022 국민 삶의질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차원, 사회적관계 차원, 환경적 조건 차원으로 크게 나누어 소득소비자산, 여가, 건강, 가족, 주거, 안전, 환경, 주관적 웰빙 등 11개 영역을 종합해 삶의 만족도를 평가했다. OECD 국가 38개국 중에서 한국의 삶의 만족도가 5.9점으로 끝에서 세 번째인데,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현정부는 잔뜩 낮아진 경제성장률을 높이려고 하는데 경제성장률이 높아져도 고용이 반드시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고, 효율성 높은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면 고용은 오히려 줄어든다. 또 고용이 늘지 않고 노동시간만 늘면 여가가 줄어들어 삶의 만족도가 더욱 떨어진다.

사회적 갈등 심화, 공정하다는 인식 부족, 그로 인해 낮은 신뢰, 이 모든 것들이 사회개혁을 힘들게 하고 있다. 창의적 발상이 나온다 하더라도 실행에 옮기기가 힘들다.

Q. 지난 300년간의 세계 경제를 이끈 경제사상을 집대성한 저자로서 정부의 정책 방침 등을 어떻게 보는가?

A.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시카고학파를 신자유주의와 동일시하곤 하는데 이는 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줄이고, 기업을 비롯한 민간경제를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다. 당연히 세율을 줄이고 복지도 덩달아 줄이자는 것이다. 현 정권은 아직 집권 1년이 되지 않아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으나, 일단 정책 방향은 시카고학파의 노선을 추구하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한다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많은 사람들의 저항에 부딪히리라 본다. 1980년대 초반 미국의 레이건 공화당 정부는 이런 노선을 고집스레 취해 호황을 이끄는데 성공했으나, 1930년대 초반 후버 공화당 정부는 실패해 미국 경제를 대불황으로 넣고 말았다.

항상 그렇듯이 국내외 경제상황, 정부의 경제정책, 국민들의 정서와 행동반응에 따라 경제 전체의 향방은 달라진다. 좋은 방향으로 가기를 바랄 뿐이다.

Q. 경제학은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가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A.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생을 살며 소비, 저축, 투자, 직업선택, 노후 준비 등 경제적 활동을 할 때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의사결정에 경제학이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 뉴스가 나올 때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또 정부가 수시로 내는 정책을 이해하고, 어떤 경제현상이 나타났을 때 저변을 이해하고 파급효과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세상에서 우리가 피상적으로 보는 현상에 속지 않기 위해서 경제학을 공부해야 한다.

Q. “이 책을 조지프 슘페터에게 바친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인가?

A.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조지프 슘페터를 알고 있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부터. 집에 경제학 대사전이 있었다. 슘페터의 혁신이론, 경기변동론, 경제체제론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경제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정치학을 비롯해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슘페터의 넓은 식견을 좋아했다. 더구나 슘페터는 그림 하나 없이 글자로 빼곡하게 1,200페이지나 되는 대작 《경제분석의 역사》를 남겼습니다. 이 원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을 쓴 슘페터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내 책 《세계를 이끈 경제사상 강의》를 그에게 바쳤다.

◇ 김민주

경제사, 경제법칙, 경영이론을 비롯해 그동안 경제경영의 여러 분야를 섭렵해 오고 있다. “예전부터 경제사상 책을 쓰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제사상의 모든 지식을 《세계를 이끈 경제사상》에 총정리해 담았다. 서울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문을, 한국은행과 SK그룹에서 경제현장을 배웠고, 리드앤리더와 컬쳐클럽 대표로서 많은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책을 다수 냈다.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경제 법칙 101》, 《자본주의 이야기》, 《나는 도서관에서 교양을 읽는다》를 썼고, 《성장의 문화》, 《노벨 경제학 강의》, 《지식경제학 미스터리》를 옮겼다.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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