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사퇴하고, 곧 바뀌고… 건강보험 양대 기관 ‘어수선’

중도 사퇴하고, 곧 바뀌고… 건강보험 양대 기관 ‘어수선’

건보 이사장 갑작스레 사임, 심평원장 내달 임기만료 
양쪽 모두 임원진도 대거 교체… 업무·사업 차질 우려

기사승인 2023-03-06 16:21:08
건강보험제도를 관리·운영하는 양대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어수선하다.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진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강도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6일 물러났다. 임기를 22개월가량 남겨 놓고 자리를 내놓은 것이다.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지낸 강 전 이사장은 지난 2021년 12월말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4년 12월까지 3년이었다. 강 전 이사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건보공단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이 사퇴 압박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이 와중에 건보공단 직원이 46억 원을 횡령해 해외로 달아난 사건, 사옥 내 몰래카메라 사건 등이 잇따라 터졌다. 또 강 전 이사장은 최근 들어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 폐지를 위해 전방위로 활동했다. 이게 ‘윗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도 있다. 결국 강 전 이사장은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한 6일 오전 짧은 퇴임 인사를 남기고 물러났다. 후임 이사장은 공단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보건복지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임명될 예정이다.

심사평가원 첫 여성 기관장인 김선민 원장 역시 오는 4월20일 3년 임기가 끝난다. 앞서 심평원 이사회는 후임 원장 공모 절차를 논의했고, 의과대학 교수 및 병원장 등 3~4명이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현 기관장 임기만료가 한 달 남짓 남은 지금까지 하마평만 무성할 뿐이다.

원주혁신도시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왼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본원.   사진=신승헌 기자

수장뿐만 아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나머지 임원진도 대부분 바뀔 전망이다. 건보공단은 6자리(상임이사 5명, 상임감사 1명) 중 4자리, 심평원은 4자리(상임이사 3명, 상임감사 1명) 모두 올해 새 얼굴로 채워질 수 있다. 

두 기관 상임이사 임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12월 임기를 시작한 현재룡 기획이사, 홍영삼 장기요양이사를 제외하면 모두 올해 임기가 끝난다. 이태근 총무이사는 3년 임기를 마쳤다. 이상일 급여이사는 오는 5월, 김동완 상임감사는 6월, 김선옥 징수이사는 8월 2년 임기가 끝난다.

심평원의 경우 모든 임원의 공식적인 임기는 이미 종료됐다. 심평원 상임감사는 지난해 4월부터, 기획이사는 지난해 7월부터 공석이다. 장용명 개발이사는 지난해 12월, 김남희 업무이사는 올해 1월 임기가 끝났다. 심평원은 이 중 기획이사, 상임감사 공모 절차는 진행 중이다. 개발이사와 업무이사 공모는 아직 없다. 

건강보험 제도를 관리·운영하는 두 기관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교체되거나 공석에 놓일 상황이 되자 업무 및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건보공단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로 건강보험 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다. 건보재정 기금화 등 외부통제 강화 요구도 커지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9월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내놔야 한다. 심평원도 그동안 추진해온 심사체계 개편을 정착·발전시키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이사장 중도 사퇴’라는 날벼락을 맞은 건보공단은 말 그대로 붕 떠있는 분위기다. 건보공단 한 관계자는 6일 “(강 전 이사장이) 지난주 금요일에도 일정을 소화한 걸로 안다”면서 “그 이후 사표를 내고 대통령 재가를 거쳐 월요일 오전에 사퇴했다”고 당황한 기색을 내보였다. 그는 “이 모든 게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며 “구성원 입장에서는 씁쓸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말 그대로 멘붕(‘멘탈 붕괴’를 줄인 말)”이라며 “회사를 꽤 오래 다녔는데 이사장이 중도에 그만둔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 7월 출범한 건보공단은 지금까지 총 9명의 이사장이 거쳐 갔다. 이들 중 임기를 못 채운 경우는 박태영(1대), 이재용(4대), 강도태(9대) 3명이다. 다만 박태영, 이재용 전 이사장은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도 사퇴했다. 

심평원 한 관계자는 6일 “임원 교체야 주기적으로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바뀌는 건 이례적”이라며 “중간 관리직 이상인 직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뒤숭숭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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