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둘러싼 대립 격화…현장 뛰는 MZ 의사·간호사 시선은

간호법 둘러싼 대립 격화…현장 뛰는 MZ 의사·간호사 시선은

본회의 직행 간호법 두고 간호협회·보건복지의료연대 갈등 고조
10년 미만 간호사·의사, 구체적으론 몰라도 찬반 의견 갈려
과 정원 확대 ‘반대’에는 대체로 공감

기사승인 2023-03-10 11:20:55
대한간호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간호법을 둘러싼 보건의료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젊은 의료인들은 다소 미온적 반응을 보인다. 오히려 대학 정원 확대 등 직접적 관련도가 높은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 내 만든 법이다. 그 동안 의료법 안에서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이에 간호 단체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구체화하고 의사 처방에 따라 진료에 필요한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법 안에 담아 국회에 제출했다.

의사단체를 포함한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간호법 저지를 위한 보건복지의료연대를 구축하고 “간호법은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으로 의료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외친다. 반대로 간호사 단체는 “국민 건강,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맞선다. 각각의 두 단체는 국회 앞 1인 시위는 물론 몇 천 명을 대동한 궐기대회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젊은 현장직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관심이 덜한 이들도 있다. 적지 않은 2030세대 간호사들은 간호법을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해주는 법’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종합병원 7년차 내과병동 간호사 하모씨(33)는 “간호법은 간호사의 환경,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이라고 알고 있다. 단순히 그 정도만 알고 있는 현장 간호사들이 은근히 많다. ‘간호사에게 좋은 법이니 찬성하라’며 수간호사님들이 더 열성적인 면을 보이기도 한다. 이미 충분히 힘든 간호사들의 여건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찬성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상급종합병원 3년차 간호사 임모씨(29)는 “솔직히 간호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달라지는지 모르지만 의사나 응급구조사, 간호조무사 단체가 이를 악물고 ‘영역을 침범한다’며 반대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그래서 더 열심히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주변에 홍보하고 있다. 동기들도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정확한 세부 내용을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7년차 외과병동 간호사 최모씨(32)는 지난해부터 직접 집회 현장이나 정책 선포식에 참여했고 친구, 지인, 가족 할 것 없이 국민청원 동의를 부탁하는 등 간호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최씨는 “이미 OECD 국가 중 다수가 간호법을 따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만 뒤쳐져선 안 된다”며 “탈임상, 경력간호사 부재, 태움과 같이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간호법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간호사로서 좀 더 분명한 업무 범위와 직업적 소명을 갖고 환자에게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다른 간호사들도 함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간호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임상 현장을 실질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는 간호사들도 있다. 

요양병원 5년차 신모씨(31)는 “간호법은 간호사의 역할을 분명히 해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취지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간호법으로 인해 얼마나 빨리, 임상 현장이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막상 법안을 보니 현장에서 꼭 필요한 업무들은 애매하게 표현돼 있다. 각 병원에서 간호사 1명이 몇 명의 환자를 돌볼지, 진료 지원인력(PA)은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경력 간호사를 어떻게 유지할지 명확하지 않다. 시급하게 바꿔야할 조건들이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쨌든 의사, 병원과의 갈등을 해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5년차 수술실 간호사 임모씨(31)도 “간호법의 취지는 좋고, 제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간호협회 윗선은 정책 하나에 몰두해 그 밑의 현실을 보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특히 간호사의 처우를 지킨다는 사람들이 간호대 증원 등 간호사에게 도움 되지 않는 일을 도모하고 있다. 간호사는 지금도 넘쳐난다. 그만두는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지금도 간호협회는 여전히 상하관계가 뚜렷한 집단이다. 간호법을 지키려면, 또 모두가 단결하려면 의사 결정에 더 많은 간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지난 달 9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사진=김은빈 기자

젊은 의사들의 생각도 들어봤다. 몇몇은 간호법 자체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간호법에 신경 쓸 틈 없이 현장 일에 쫓긴다는 것이다. 

종합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4년차 황모씨(38)는 “하루 종일 수술 들어가고 회진 돌고 일만 하느라 요즘 뉴스를 잘 못 본다. 간호법이 간호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아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모른다. 의사단체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 1년차로 일하는 주모씨(31)도 “사실 간호법이 정확히 뭔지 모른다. 관심을 갖지 않은 건 아니지만,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씨는 이어 “간간이 보이는 기사나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올리는 칼럼을 보면 좋아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이건 아닌데 싶은 부분도 있었다”며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그 작은 부분으로 인해 환자는 급격히 나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간호법을 개정해 간호사들에게 처방권을 열어준다거나 결정권을 줬을 때 과연 책임 소재는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 “그들의 결정과 처방으로 인해 벌어질 안 좋은 결과는 다 의사가 떠맡게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의사들은 갈수록 내과나 외과를 희망하지 않는다. 내가 저지르지 않은 실수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면 더더욱 이 나라에서 내과의, 외과의를 하겠다는 젊은 의사가 나오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표했다.

일각에서는 의사협회가 간호법을 막고자 ‘의대정원 확대’를 내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 현재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 제정안으로 인해 의료 현안 협의체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 의대정원 확대 등 민감한 정책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상급종합병원 레지던트 2년차 김모씨(33)는 “사실 간호법은 의료법을 일부 개정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간호법을 제정하면 피해를 보는 단체가 많은데 굳이 간호사 단체가 무리해서 밀고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다만 간호법을 저지하자고 의사에게 해가 되는 법안을 방치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간호법을 막아본다고 의사증원이나 비대면 진료 허용을 내주자는 주장도 있는데 말도 안 된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지난 정부 때 사표를 내고 뛰어나온 전공의들과 국가시험을 마다했던 의대생들의 수고를 보더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3일 열릴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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