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전개⋅사후처리, 한국에 영향 미칠 것”

“SVB 파산 전개⋅사후처리, 한국에 영향 미칠 것”

나이스신평 리포트

기사승인 2023-03-14 06:00:02
연합뉴스

금융시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리 상승이 은행과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어서다. 전문가는 국내도 예외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실장은 14일 리포트를 통해 “SVB 사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극단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의 사업모델 상 특성에 따른 예수금의 급속한 증가와, 높은 기업 거액예금 비중, 그리고 금리 상승기의 잘못된 채권 듀레이션(만기)전략이 결합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중위권 은행조차도 가파른 금리 상승기에 금리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SVB는 기술 산업 투자회사와 스타트업에 금융을 제공하는 특화 은행이다. 이 은행이 코로나로 늘어난 예수금을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면서 유가증권 비중을 키웠는데, 보유채권 만기가 대부분 10년 이상이라 금리 상승에 취약했다.

게다가 미국 기준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요 거래처 유동자금이 줄고, 요구불 예금이 이자지급부 예금으로 이동하면서 SVB 요구불 예금이 유출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은행은 요구불 예금 유출에 높은 이자를 제시하면서 이자지급부 예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동시에 일부 평가손실 규모가 작은 장단기 채권을 매각해 대응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대응 결과로 보유 채권 가중평균 만기가 상승하고 예금 이자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채권평가손실 등이 결합하면서 SVB 수익성지표는 지난해 들어 가파르게 하락했다.

송 실장은 “금리상승 충격에 따라 자산규모 기준 10위권 중반 은행에서 예금 지불정지가 발생한 것에 대해 금융시장은 ‘파열음’ 전조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단 유사한 은행을 찾아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SVB 사태 전개와 사후처리 과정은 우리나라와 글로벌 금융시장, 그리고 경제상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된다”라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맥락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위험도 커졌다. 한국신용평가원은 앞서 금리 인상과 자금조달 환경 악화로 건설사 차입금이나 PF 유동화증권 차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부동산 PF 금융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63조4000억원이다. 이중 PF 유동화증권은 46조8000억원이다. 증권사 PF 시장참여가 늘면서 PF 유동화증권 비중은 2010년 12.7%에서 지난해 9월 말 28.6%로 증가했다.

정부는 그러나 SVB 사태가 국내 금융기관에 미칠 영향은 낮다고 봤다.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르고 유동성·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사태가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며 “미국 정부와 감독 당국이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원장은 다만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 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며 “부동산 PF와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을 점검하고 위기 국면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유동성과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유안타 증권 관계자도 “우리나라 부동산 PF 설계자금이 들어간 게 없기 때문에 (SVB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SVB사태로 유동성이 경직되면 영향이 있을 텐데 그럴 가능성은 적고 오히려 미국에서 긴축 강도가 작아지면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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