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대적할 DCEU의 미래, ‘샤잠! 신들의 분노’ [쿡리뷰]

MCU 대적할 DCEU의 미래, ‘샤잠! 신들의 분노’ [쿡리뷰]

기사승인 2023-03-15 06:00:16
영화 ‘샤잠! 신들의 분노’ 포스터.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변화는 대개 급작스럽기 마련이다. 하루아침에 신의 힘을 얻어 슈퍼히어로 샤잠(제커리 리바이)이 된 빌리(애셔 앤젤) 역시 그렇다. 그는 위탁가정에 함께 속한 친구들과 초능력을 나눠 가질 정도로 그들을 아낀다. 아픈 가족사를 가진 그에게 이 가정은 너무도 소중하다. 언제나 “모두 함께”를 강조하는 그에게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예언서 속 여신들이 빌리에게 깃든 신의 힘을 되찾으러 왔다며 세상을 위기에 빠뜨린 것. 슈퍼히어로가 된 빌리는 친구들과 힘을 합쳐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영화 ‘샤잠! 신들의 분노’(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는 전편의 유쾌함을 그대로 가져간다. ‘샤잠!’ 시리즈는 어린 시절 한 번쯤 떠올렸을 법한 ‘내가 초능력을 쓸 수 있는 영웅이라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슈퍼히어로가 된 아이들은 모두 청소년이다. 이들은 초능력을 시험하고 영웅의 삶에 도취해 즐거운 인생을 살아간다. 언론이 이들을 필라델피아의 문제아로 낙인찍어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이들을 고민하게 하는 건 현실 문제다. 위탁가정에 속한 청소년은 18세를 기점으로 자립해야 해서다. 눈앞 현실보다 히어로 활동에 집중하는 빌리와 달리, 빌리 친구들은 앞으로를 대비하며 순간순간 관심사에 더 집중한다. 빌리만이 이들과 ‘우리’로 뭉치지 못할까 전전긍긍한다. 위기가 도래하자 빌리의 불안은 몸집을 키운다.

영화 ‘샤잠! 신들의 분노’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샤잠! 신들의 분노’는 새 시대를 선언한 DC코믹스 히어로물의 이정표다. 샤잠과 친구들은 영웅이라기엔 어딘지 어설프다. 정교한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고, 눈속임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작전에 차질이 빚어지면 당황스러움을 도통 숨기지 못한다. 진지해야 할 때도 능력을 뽐낼 생각에 들떠있곤 한다. 어수룩하고 천진난만한 영웅들의 고군분투는 ‘샤잠!’의 정체성이다. 완성형 영웅이 아닌 만큼 이들에겐 성장할 여지가 열려 있다. 역경에 부딪히고 맞서며 진정한 슈퍼히어로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샤잠!’ 시리즈의 기본 설정은 양날의 검이다. 어린이 슈퍼히어로는 분명 신선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 관객에겐 이들의 행동양식이 유치해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어른 외형을 갖춘 슈퍼히어로로 각기 다르게 변신하다 보니 인물들을 연결 짓는 것부터 쉽지 않다. ‘샤잠! 신들의 분노’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을 일일이 비추지 않고 이야기와 세계관에 집중한다. 때문에 관객은 캐릭터와 거리감을 좁히기가 영 쉽지 않다. 영화는 캐릭터에 애착을 형성할 새도 없이 마법 공간과 예언서 등 온갖 세계관을 쏟아낸다. 화려한 곁가지가 강조될수록 서사는 반대로 희미해진다. 빌런으로 등장하는 여신들 캐릭터도 선명히 살아나지 않는다. ‘샤잠! 신들의 분노’는 주인공의 인간적인 고뇌와 방황 등 서사를 강조한 기존 히어로물과 전개 방식이 다르다. 전편 ‘샤잠!’이 흥미롭지 않았다면 후속편인 ‘샤잠! 신들의 분노’ 역시 비슷한 감상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샤잠! 신들의 분노’가 이야기하는 가족애는 충분히 값지다. 영화는 공동체를 이룬 괴짜·문제아들이 양부모의 신뢰와 애정을 받고 진정한 가족으로 결속하는 과정을 극 전반에 걸쳐 다룬다. 개성 강한 아이들은 ‘우리’로 뭉칠 때 비로소 강해진다. 그 중심에 빌리가 있다. 빌리는 그간 ‘모두 함께’를 외치는 기저에 불안이 깔려있던 걸 솔직히 인정한다. 마음속 결핍은 그를 더 절박하게 하는 무기다. 또다시 가족을 잃을 수 없다는 의지가 그를 불완전한 개인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도약하게 만든다. 가족애를 동력 삼아 각성한 빌리는 ‘샤잠!’ 시리즈와 DC코믹스가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쿠키 영상은 총 2개다. 전편과 연결고리 및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짧은 맛보기 영상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0분. 15일 개봉.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