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준 차주영, 그림 건넨 김히어라…‘더 글로리’ 과몰입의 세계

연필 준 차주영, 그림 건넨 김히어라…‘더 글로리’ 과몰입의 세계

기사승인 2023-03-20 16:26:41
배우 차주영이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기념 인터뷰에서 준 연필과 자필편지. 그가 맡은 최혜정은 연필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사진=김예슬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로 스타덤에 오른 7년 차 배우는 살벌한 선물을 수줍게 내밀었다. 주인공은 지난 15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차주영. 그는 상아색 리본으로 연필 세 자루를 동여매 기자들에게 선물했다. ‘더 글로리’에서 그를 파멸에 이르게 한 바로 그 물건이다. 색깔이며 브랜드, 흑심 종류까지 작품 속 연필과 똑같은 것을 준비했다. “메이 더 글로리 비 위드 유”(May the glory with you·당신에게 영광이 있길) 배우는 연필과 함께 이런 손편지까지 남겼다.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된 지 열흘 넘게 흘렀지만, 전국서 퍼지는 ‘연진아’ 타령은 끝날 줄 모르고 있다. 20일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 시리즈 가운데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쿠키뉴스가 만난 배우들도 여전히 과몰입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었다. 소속사 고스트 스튜디오에 따르면 차주영의 살벌한 연필 선물은 그가 직접 낸 아이디어였다. 고스트 스튜디오 관계자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연필은 최혜정(극 중 차주영이 맡은 캐릭터)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에 등장하는 소품이라 선물로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더 글로리’ 속 차주영(왼쪽)과 김히어라. 김히어라가 머리카락에 꽂은 연필이 눈에 띈다. 넷플릭스
김히어라가 안길호 감독에게 보여준 그림들. 그는 이 그림을 마그넷과 엽서로 제작해 기자들에게 선물했다.   사진=이은호 기자

차주영이 연필로 최혜정을 기념했다면, 배우 김히어라는 그림으로 이사라(김히어라)를 간직했다. 극중 이사라의 직업은 화가. 그를 연기한 김히어라 역시 개인 전시회까지 열었을 만큼 미술에 조예가 깊다. 김히어라는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이후 기자들을 만나는 날, 직접 그린 그림을 엽서와 마그네틱으로 제작해 나눠줬다. 그가 오디션 당시 안길호 감독 등 ‘더 글로리’ 제작진에게도 보여줬던 그림이다. 김히어라는 “사람들에게 들킬까 두려운 저의 초라한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곤 한다”면서 “사라도 단약 상태일 때,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헤쳐나갈 수 없는 심정을 거칠게 표현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를 위해 100호짜리 그림도 세 점 그렸다. “(화가들이) 마약 중독 상태로 그린 작품을 조사해 그렸다”고 했다. 다만 그림을 본 안 감독이 ‘좀 더 거친 느낌으로 가자’며 미리 디자인된 그림에 채색만 맡겼다고 한다.

배우들 SNS는 ‘더 글로리’ 놀이터가 됐다. “어디 가니, 스튜어디스 혜정아.” 차주영이 19일 SNS에 올린 여행 사진엔 이런 댓글이 달렸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이 “그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스튜어디스 혜정아”라고 말한 대목을 패러디한 댓글이다. 차주영은 요즘 ‘스튜어디스 혜정’으로 자주 불린다. 실제 승무원들마저 그를 보고 “스튜어디스 혜정아!”라며 반가워했다고 한다. ‘본체’들도 과몰입 놀이에 기름을 부었다. 배우 임지연은 ‘더 글로리’ 파트1 공개 직후 SNS에 올린 촬영 현장 사진에 차주영이 댓글을 달자 “화이트(흰색 옷) 입고 오는 거 아니야, 스튜어디스 혜정아”라고 답댓글을 달았다. ‘더 글로리’에서 전재준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은 “지켜보고 있다”고 흔적을 남겼다.

배우 임지연은 SNS에서 연진으로 불린다. 임지연 SNS 캡처

과몰입은 국경을 초월한다. 김히어라의 SNS 댓글에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가 난무한다. ‘더 글로리’ 공개 전 5~6만명 정도였던 SNS 팔로워는 작품 공개 이후 43만명으로 늘었다. 임지연의 SNS에도 ‘연진아 오늘 날씨 어때’라는 영어 댓글과 ‘엄마를 보셨나요’라는 베트남 댓글이 줄을 잇는다. 극 중에서 박연진이 기상캐스터라는 점, 교도소에서 엄마를 만났다는 점 등을 언급하는 댓글이다. 임지연은 최근 인터뷰에서 “SNS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 반응을 실감하고 있다. 일본, 미국 등 외국에 사는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온다”며 “어서 빨리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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