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일 만 명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20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세계적으로도 확진자 수 감소 추세, 방역 완화 정책이 이어지고 있어 세계보건기구(WHO)도 연내 코로나19 종료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지난해부터 대웅제약, 동화약품, 종근당, 유나이티드제약 등이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이들은 앞서 글로벌 기업들이 출시한 치료제가 적지 않아 투자 대비 매출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여전히 투자를 지속하는 기업도 있다. 신풍제약이 그 대표적 기업 중 하나다. 신풍제약은 기존 말라리아 치료제로 허가됐던 ‘피라맥스(성분명 피로나리딘인산염·알테수네이트)’를 코로나19 경구 치료제로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을 통해 임상시험을 승인 받았다. 2020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에 따라 임상 2상에 돌입했고, 2021년 8월 임상 3상에 들어섰다. 임상 3상은 국내를 포함해 영국, 폴란드,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 6개국에서 142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로 시행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임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신풍제약은 앞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회사 측은 “임상 2상 톱라인(Top line) 결과 피라맥스 투약군(52명)과 대조군(58명)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된 환자 비율이 차이가 없어 1차 평가변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2차 평가변수 임상 데이터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억제 효과’ 근거와 투약 안전성이 확인돼 임상 3상 신청이 가능했다.
2021년 필리핀 임상 2·3상 진행 중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임상시험이 지연되는가하면, 같은 해 8월 27일부터 2022년 8월 27일까지 예정됐던 국내 임상 3상은 확진 완화로 환자를 모집하지 못해 지난해 말까지 난항을 겪었다. 그 와중에 20여년간 신풍제약 장용택 전 회장과 전무, 의약품 원료 납품업체 대표가 단가를 부풀려 비자금 57억 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아 두 차례 압수수색을 받는 등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풍제약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 측은 지난 10일 식약처로부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의 글로벌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서 변경을 승인 받았다. 증상 평가와 관련된 모든 증상의 지속적 소실까지의 시간, 조기 회복률, 증상 및 바이러스 재발 억제율 등 2차 목표점을 새롭게 추가했다. 전 세계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1차례 이상 확진 경험률이나 1차 이상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했다. 기존 1차 목표였던 사망률 감소, 중증화율 감소 등 ‘증상 악화 방지’ 지표에서 벗어나 ‘빠른 회복 및 재발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환자 모집은 진척된 상황으로 임상 등록 인원의 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가 감기처럼 생활 속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바이러스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치료제의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풍제약은 피라맥스를 생산하는 공장의 설비 증설을 위한 경쟁 입찰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재감염률과 중증화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에 반해, 내성 발현과 병용 금기로 인해 기존 치료제들의 처방이 크게 제한되고 있어 환자들의 치료제 선택지는 여전히 좁다”고 전했다.
더불어 “피라맥스는 경구 치료제인 만큼 안전성과 저렴한 약가는 물론 병용 금기가 적어 환자가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목표했던 1420명의 데이터 모집이 완료되면 바로 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며 연내 임상을 완료하고 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풍제약의 이러한 임상 추진에 대해 제약업계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 2상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음에도 안전성 하나를 이끌고 임상 3상에 올라갔다. 개발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고,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 중도 포기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임상계획 변경도 이런 부담감을 내비친다”며 “3상 결과가 회사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횡령·배임으로 상장폐지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태에서 이번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수익 실현 여부는 나중 문제”라고 언급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으로 33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4.29% 감소한 수치다. 2년 연속 적자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274.18% 줄어든 -431억 원이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신약 임상 진행으로 인한 연구비 증가를 꼽았다. 연구비가 전년도에 비해 349%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