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이는 워킹맘, ‘길복순’ 전도연의 이중생활

사람 죽이는 워킹맘, ‘길복순’ 전도연의 이중생활

기사승인 2023-03-21 12:50:43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 속 배우 전도연. 넷플릭스

낮에는 사람을 키우고 밤에는 사람을 죽인다. 오는 3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의 주인공 길복순(전도연)이 그렇다. 성공률 100%, 청부살인업체 에이스 킬러인 길복순은 중학생 딸 재영(김시아)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연하의 스타강사와 사랑을 키우던 남행선(tvN ‘일타 스캔들’에서 전도연이 연기한 캐릭터)의 깜짝 반전이다.

“댓글을 보니 ‘남행선의 이중생활’이라던데요? 호호호.” 21일 서울 삼성동 한 호텔에서 만난 전도연은 “‘길복순’이 이렇게 빨리 공개될 줄 몰랐다. 어쩌다 보니 ‘일타 스캔들’ 종영과 시기가 비슷해서 댓글이 더 많이 달리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1990년 데뷔한 ‘눈물의 여왕’은 이번 영화에서 액션 황제로 거듭났다. 작품에서 그는 뺨 옆으로 총알이 스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칼 든 상대를 한 손으로 제압한다. 전도연이 그간 출연한 20여편의 영화 가운데 가장 액션 분량이 많다고 한다.

영화는 청부살인업체 MK ENT와 재계약을 앞둔 길복순이 딸 재영과의 관계로 고민하며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MK ENT 대표이자 길복순의 스승인 차민규(설경구)는 어떻게든 길복순을 회사에 붙잡아두려 한다. 민규의 동생 차민희(이솜)는 그런 오빠가 못마땅하다. 여기에 회사에서 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불만인 킬러 한희성(구교환)이 얽히면서 누군가 죽어야만 끝날 만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길복순’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설경구, 이솜, 전도연, 김시아, 구교환. 넷플릭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 등으로 마니아 관객을 모은 변성현 감독은 처음부터 전도연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그는 “엄마 전도연과 배우 전도연 사이 간극이 크다고 느꼈다”고 했다. 변 감독은 “사람을 키우는 일과 사람을 죽이는 일을 붙이면 재밌는 상황이 나오겠다”며 배우 전도연을 킬러 길복순으로 치환했다. 그는 작품에 전도연을 향한 헌사도 넣었다. “무딘 칼(킬러)이 더 아파.” 극 중 길복순의 스승이자 회사 대표인 최민규(설경구)는 ‘오래된 칼은 무뎌서 쓸모가 없다’는 말을 이렇게 반박한다. 복순을 향한 민규의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는 대사이자, 34년차 배우를 향해 ‘성덕’ 감독이 바치는 존경의 말이다.

칸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베테랑 배우에게도 액션 연기는 쉽지 않았다. 전도연은 “마음 같아서는 (촬영장을) 날아다니고 싶었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내 몸이 부서지는 일이 있어도 액션을 해내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곁에서 그를 지켜본 설경구는 “전도연은 전도연”이라며 동료를 치켜세웠다. “액션 장면을 찍을 땐 자기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모습이 안쓰럽고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도 끝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에 ‘역시 전도연’이라고 생각했다”는 비화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 ‘생일’(감독 이종언) 이후 세 번째로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

고생은 이미 열매를 맺었다. ‘길복순’은 지난달 열린 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특별 부문에 초청돼 해외 관객을 먼저 만났다. 변 감독은 “우리 작품은 영화제에 가기엔 장르 색깔이 진해서 (이번 초청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내가 쓰고 찍은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고 느껴 뿌듯하다”고 했다. 독일로 날아가 레드카펫을 밟았던 전도연은 “스크리닝 때 무척 감동했다. 내가 그 순간 그 극장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웠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길복순’은 한국적인 정서를 담았지만 블랙 코미디라는 글로벌한 유머를 갖고 있다”면서 “(이런 액션영화를) 앞으로도 더 보게 되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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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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