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의 미드라이너 ‘제카’ 김건우가 언더독의 드라마를 재차 써보겠다고 각오했다.
한화생명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PO) 1라운드에서 디플러스 기아(DK)를 세트 스코어 3대 1로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DK와의 정규리그 두 번의 맞대결에서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했던 한화생명이 써낸 반전이다.
경기 종료 후 쿠키뉴스와 만난 김건우는 “PO에서 DK를 만나 꼭 한 번은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3대 1로 이겨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DK전 상대전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우리가 내부적으로 준비만 잘한다면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규리그 5위의 한화생명은 DK를 포함해 올 시즌 4위 이상의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단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에 DK전을 앞둔 사전 투표에선 전문가 13인 전원이 DK의 승리를 점쳤다.
김건우는 승부예측 결과를 보면서 작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작년 DRX 소속으로 롤드컵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DRX는 당시 LCK에서 4번째 순번으로 예선부터 대회를 시작하는 등 철저한 언더독으로 분류됐으나, 국내외 강팀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기적의 드라마를 써낸 바 있다. 김건우는 “작년 생각이 나니 또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경기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한화생명은 정규리그 최종전인 리브 샌드박스전에서 세트 스코어 2대 1로 승리했지만, 경기력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단기간에 경기력을 빠르게 끌어올린 배경을 묻자 김건우는 “우리가 다들 성격이 착하다 보니까 게임에서 불만이 생기는 것도 다 돌려서 말하거나 제대로 말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면서 “‘손버지(손대영 총감독의 별명)’께서 ‘대인배가 돼라, 서로 못하는 건 못한다고 하고 가볍게 넘어가는 게 오히려 신뢰도 올리고 집중도 더 잘 된다’고 선수단에게 말씀해주셨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한 게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호흡을 맞추는 데 공을 들였다. 다전제에선 픽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기에도 신경썼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이날 기존처럼 대규모 교전에서 파괴력을 자랑하면서도, 경기 초반에 잡은 주도권을 막바지까지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건우는 “평소와 달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선수들 간 콜이 좋았다. 남들이 한화생명은 경기를 잘 못 굴린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편견도 깨준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은 26일 정규리그 2위 젠지e스포츠(젠지)와 PO 2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대진 선택권을 가진 정규리그 1위 T1이 3위 KT 롤스터를 상대로 지목해서다. T1은 올 시즌 17승 1패로 정규리그를 마쳤는데, 1패가 한화생명전에서 나왔다. 한화생명과 2차례 맞대결에서 나온 세트 스코어는 3승 3패로 팽팽하다. 이에 관계자들 사이에선 T1이 변수를 최소화하고자 KT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건우는 “여러 픽들을 사용하다보니 상대팀 입장에선 우리가 까다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우리가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하면 우리를 뽑진 않겠다는 생각은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T1 상대로 잘한다고 하니까 뭔가 경기가 잘 풀리는 느낌도 있는 것 같다. 일단 잘 준비해서 젠지를 이기고 올라가 다시 T1을 만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건우는 “픽에 제한을 두지 않는 부분 등 젠지는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팀이다. 겹치지 않게 준비 과정에서부터 잘 대비해야 될 것 같다”며 “오늘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이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 경기도 똑같이 그렇게 생각해 달라. (오늘처럼) 똑같이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