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회장들의 잇따른 귀환…코로나19 엔데믹 대응 ‘직구’ 승부

제약바이오 회장들의 잇따른 귀환…코로나19 엔데믹 대응 ‘직구’ 승부

셀트리온·바이오노트·진양제약, 주총 결과 따라 회장 경영진 복귀
경영 안정화·주가 회복·신사업 준비 등 다각도 영향 고려

기사승인 2023-03-28 06:05:05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선 눈에 띄는 지각변동이 있다. 대표 자리를 내려놓았던 회장이 다시 일선에 복귀하는 이례적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혁신적 경영 체제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엔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확실한 출구 전략 중 하나를 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은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정진 명예회장을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한다. 지난 2021년 3월 경영에서 물러났던 서 명예회장이 2년 만에 복귀하는 것이다. 

서 명예회장은 20년 넘는 시간 동안 셀트리온을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분야 선두주자로 이끌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설립해 해외 판매에 나서는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엔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성공시키도 했다. 주가 역시 승승장구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2020년 12월 7일 장중 한때 37만4620원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그가 경영권을 내려놓은 이후 주가는 서서히 하락해 15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매출 감소도 발생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81억7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20% 하락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진단키트 등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51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006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가량 떨어졌다. 

셀트리온 그룹의 현 경영진과 주주들 사이에서 서 명예회장이 돌아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모아진 공감대는 이번 주주총회 결정으로 이어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명예회장의 복귀는 침체된 경영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며 “글로벌 사업 확장, 신약 연구 개발 역량 강화, 현지 유통망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라고 말했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도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2년 만에 바이오노트 경영진으로 돌아온다. 조 회장은 바이오노트와 에스디바이오센서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로, 2021년 3월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려와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유바이오로직스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 중이다. 

바이오노트는 동물용 진단 제품과 진단 제품 원료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시기엔 주요 고객사인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성장세를 그리면서 덩달아 수혜를 입었지만, 코로나19 감염률이 줄자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22.9%, 33.9% 감소했다. 지난해 말 상장한 만큼 주주들의 기대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낮아진 실적은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돌파구가 필요한 바이오노트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로 실적 악화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과거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노트, 유바이로로직스 등에서 임원으로 참여하며 기업 인수합병, 생산시설 증설 등을 통해 사업 규모 확대를 이뤄낸 조 회장이 향후 신사업, 해외 진출 전개 과정에서 든든한 리더가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노트는 올해 코로나19를 벗어나 동물용 진단기기 신제품에 이어 백신 분야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관계사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최근 인수를 마친 해외 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와의 협업을 전개해 해외 시장 진출에 투자할 예정이다. 

진양제약은 최근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허물고 창업주인 최윤환 회장을 재선임했다. 오너 2세인 최재준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자리에 앉은 것이다. 최 회장은 2008년 초 일부 보유지분을 증여해 최재준 사장에게 최대 주주 자리를 쥐어줬다. 최 회장은 2011년에 4개월간 대표이사직에 복귀했지만 다시 내려놓은 뒤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해왔다.

진양제약은 2세 승계 이후 2014년 1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 손실을 봤다. 당시 손실의 원인으로 경기 불황과 원주 신공장 증설 등이 꼽혔지만, 일각에선 내수에 치중한 사업 방식이 실적 부진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있었다. 2020년부터 순환계용 의약품을 출시해 실적을 차츰 회복했고 지난해엔 영업이익 111억600만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도 59%가량 오른 수치다. 고지혈증치료제, 호흡기치료제 그리고 혈장치료 관련 특허를 보유한 진양제약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주가를 끌어올리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진양제약은 실적 상승 바람을 타고 신기술 사업과 벤처기업 투자·관리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22일 정기 주주총회 결과를 보면 ‘신기술 사업 금융업자 등 자회사 설립·경영 및 투자업무’를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최 회장의 재선임은 사업 다각화 추진에 힘을 싣기 위한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이들 기업은 녹록하지 않은 대내외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수장을 재차 올려 세웠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나 바이오노트의 경우 주가 관리 측면에서 찾은 전략이라고 본다. 최근 경영 관리가 원활하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주주, 주가 관련 이슈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안정화 작업 차원에서 전 경영진이 복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수혜가 끝나고 난 뒤가 문제다. 경기 불황 속에서 제약바이오가 외면 받지 않도록 성과가 필요하다”라며 “보수적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특성상 혁신적 경영 체제 전환은 다소 어렵다. 글로벌 진출도 여전히 타 산업에 비해 미약하고, 매출부분에 큰 변화도 없다. 따라서 이전 경영진의 복귀는 하나의 출구 전략인 셈이다. 새로운 전문 경영진보단 주주 신뢰감을 높이면서 기업 리더십을 발산할 수 있는 방안을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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