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보령의 여정은 계속된다.” 국내 제약사 최초로 우주헬스케어에 도전한 보령.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의 참여가 활발한 가운데, 투자 규모가 적은 국내사의 진출이 성공적 성과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우주헬스케어란 우주 공간을 활용한 신약 개발, 그리고 우주에서 발생하는 인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산업을 말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주산업은 2020년 기준 4470억 달러(약 550조원) 규모로 매년 8%씩 성장하고 있다.
보령은 2020년부터 본격적인 태크스포스(TF)를 꾸리고 우주헬스케어 신산업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1년 의료기기, 진단, 제약 등 다양한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들을 발굴·육성하는 프로그램(CIS Challenge)을 추진, 지난해 10월 6개팀을 선정해 각각 10만 달러의 투자금을 제공했다. CIS 챌린지는 매년 개최할 예정이다.
액시엄 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약 78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것도 주목 받았다. 지난해 2월 1000만달러(약 129억원)을 투자해 지분 0.4%를 확보한 이후 그 해 12월에는 5000만달러(약 651억원)를 추가 투자해 주식 29만5980주를 취득했다. 총 2.68%의 지분을 확보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우주호텔 모듈 제작과 민간 우주인 양성의 우주서비스 제공을 전개하는 미국 기업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그램 매니저 출신인 마이클 서프레디니가 주도해 2016년 설립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2024년 ISS의 수명이 만료되면 액시엄 세그먼트를 ISS에서 분리해 NASA와 함께 차세대 우주정거장으로 활용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주호텔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21일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액시엄 스페이스와 한국에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협력 범위를 넓혀가며 모든 사업에 있어 공동 개발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주총에서 “언제 이익이 될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기다려준다면 무조건 만들 것이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주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김 대표의 사업 방향과는 다르게 주주들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제약 본업도 아니거니와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주에 투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지금껏 65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우주 사업에 불어넣었는데, 또 다른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또 보령은 이번 투자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찍이 우주헬스케어 산업에 진입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사노피를 포함한 거대 제약회사는 수십 개의 소규모 회사와 함께 미세중력의 고유한 이점을 얻기 위해 모두 ISS에 실험을 보낸 상태다.
일례로 미국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2017년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우주정거장에서 제조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무중력 상태에서 약물을 제조할 때 더 고순도의 약물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에서 시작된 실험이다. 머크는 2019년 관련 논문 결과를 발표했다. 무중력 원리를 이용해 만든 균일한 결정의 현탁액으로 정맥주사인 키트루다를 향후 피하주사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피하주사제 키트루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나노입자, 미세중력을 이용해 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새로운 약물전달 기법과 물질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일라이 릴리는 무중력 상태를 통해 근육 위축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항미오스타틴 항체)의 효능을 실험하고자 한다. 사노피는 미세중력을 활용해 인플루엔자 복제를 강화하고 세포 배양에서 바이러스 수율을 개선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기업은 수십조 단위 매출을 내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로, 투자 금액 역시 국내 수준과 비교하기 힘들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연구개발(R&D) 비용은 평균 6조 이상이다. 국내 기업 평균이 억 단위에 그친다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개발 투자 비용 규모와 연관성이 적지 않다.
관련해 보령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보령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약물 전달과정 등을 연구하는 글로벌 제약사와는 다르다. 보령은 파트너사들과 함께 하나의 우주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구체적인 사업형태를 구상한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인간이 우주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는 만큼 사람 몸과 마음의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통합 헬스케어를 구축하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규모로 투자를 시작해 차츰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매년 CIS 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늘리고 있어 단순 금액으로는 타 기업과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물론 지금 당장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로, 언제쯤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느냐는 따지기 어렵다. 제조업이 아닌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인 만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하버드 등 산학연구소, 우주기관,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몸집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정부에서 참여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