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이면 가격이 그나마 괜찮은 거고, 요즘 웬만한 식당들에선 다 그 이상씩 받는 것 같아요. 강남이나 이런 데는 6000원 이상도 하는 것 같고요”
‘서민 술’ 소주 가격이 6000원이 됐다는 얘기가 돌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류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주류 제조업체가 맥주·소주 등 출고가를 올리자 편의점·마트 등 소매점 판매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식당에선 그보다 더 오르는 ‘나비 효과’가 일어난 영향이다.
29일 업계에서는 병당 500원·1000원 단위로 가격을 매기는 식당에선 이미 지난해 병당 4000~5000원대였던 소주 가격을 병당 5000~6000원대로 올린 경우가 늘었다. 실제 강남 일대 술집에서는 소주 판매가가 6000원에 달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대학생이 많은 관악구 등에서도 소주 가격은 4000~5000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러하자 MZ세대 사이에서 발포주가 인기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라거 맥주 시장에서 발포주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2% 수준에서 2021년 7%로 성장했다. 지난해의 경우 7~8% 수준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금액으로는 3500억~4000억원 규모다.
발포주는 맥아 함량 기준이 10% 미만인 주류로 주세법상 일반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주세법상 맥주 세율은 72%에 달하지만 기타주류 세율은 30%로 맥주보다 낮다. 때문에 맥주 맛과 유사하지만 맥주 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포구에 거주 중인 대학생 박모씨(22)은 “과거에는 2000~3000원 시절이 있었다고 하더라”며 “요새 3000원 소주는 찾아보기 힘들다 웬만하면 전부 4000원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포주에 대해 잘 몰랐다. 맛은 일반 맥주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 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는 발포주를 주로 마신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발포주 시장은 하이트진로 필라이트와 오비맥주 필굿이 양분하고 있다. 가격대는 1400~1700원 수준이다. 현재 필라이트는 2017년 선보인 이후 후레쉬, 바이젠, 라들러, 자몽, 체리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며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16억3000만캔을 돌파했다. 2019년 오비맥주가 선보인 필굿도 출시 이후 평균 6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사이에서는 강남 등을 중심으로 ‘콜키지 프리’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콜키지 프리란 손님이 레스토랑에 와인은 사들고 가면 무료로 잔을 제공하고 코르크를 개봉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최근에는 콜키지 프리가 점차 일반 식당에서도 적용돼 주류를 직접 가져가면 추가 요금 없이 마실 수 있게 됐다.
식당·레스토랑 예약 앱 서비스 ‘캐치테이블’ 에서는 최근 콜키지 프리라는 카테코리를 만들어 3월 한 달간 특정 식당에서 콜키지 프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 김모씨(23)는 “주말에 홍대나 강남 등 유흥시설이 밀접한 지역에 가면 소주나 맥주가격이 정말 비싸다”며 “아무리 안주가격이 합리적으로 여겨져도 친구들과 술 몇 병을 마시다보면 가격이 산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요새 콜키지 프리 식당이 또래들 사이에서 인기다”라며 “눈치 안보고 각자 마실 술을 가져오는 분위기다보니까 좀 더 저렴하고 적당히 음주문화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발포주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거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발포주 시장은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매출이 크게 뛰었다. 술자리를 가지지 못하다 보니까 동네 편의점에서 저렴한 맥주를 몇 개씩 구매하는 게 매출로 이어진 모양새”라며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발포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업체들에서도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발포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위해 제품 카테고리도 다양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