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 잘리는 듯한 고통” 산정특례 지정에서 소외된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수족 잘리는 듯한 고통” 산정특례 지정에서 소외된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농포에 손발바닥 묶여 일상 마비… 삶의 질 저하
“산정특례 적용해 적정 치료 제때 받을 길 열어야”

기사승인 2023-04-03 06:05:01
농포증이 나타난 환자의 손바닥 모습. 농포증으로 인해 피부 각질이 갈라지면 가려움증에 이어 통증까지 생길 수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손바닥과 발바닥에 고름 물집이 생기는 피부 발진을 일컫는 손발바닥 농포증은 홍반과 수포, 비늘, 각질이 함께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병변이 피부에 주로 나타나지만, 그 영향은 피부 표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피부 각질이 두꺼워지고 갈라지면 심한 가려움증은 물론 출혈, 통증이 뒤따르며 손톱이 피부에서 분리돼 들뜨거나 움푹 파이기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의 10~40%가 ‘손발톱 침범’을 경험한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아직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질환 부위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아 분석에도 제한이 따른다. 따라서 마땅한 예방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면역체계의 균형이 허물어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흡연, 음주, 스트레스, 수면 부족, 감염 등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은 피하는 게 좋다. 
농포증이 나타난 환자의 발바닥 모습. 손발바닥 농포증은 홍반과 수포, 비늘, 각질이 함께 일어날 수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동반 질환을 예의주시할 필요도 있다.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은 ‘관절 침범’ 증상인 류마티스 관절염, 관절통, 건선성 관절염, 농포성 관절 골염 등을 겪을 확률이 높다. 더불어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같은 정신장애와 심혈관질환, 갑상선질환, 대사증후군 등도 발생 가능한 동반 질환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재발이 잦은 손발바닥 농포증의 국내 유병률이 0.01~0.05% 수준인데 충족되지 않은 의료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지속 가능한 효과적 치료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손발바닥 농포증은 만성 피부질환이라는 유사한 성격을 가졌다는 이유로 중증 건선과 함께 분류된다. 하지만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와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에서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의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증 건선의 경우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본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개정된 산정특례제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손발바닥 농포증은 산정특례 적용, 의료비 경감 등 정책적 지원으로부터 소외돼 있다. 
최용범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최 교수는 증상에 따른 고통이 심한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이 비싼 치료비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환자들과 의료진들은 지난달 손발바닥 농포증을 희귀 난치질환으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질병관리청에 제출했다. 최용범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손발바닥 농포증은 유병률이 낮아 희귀한데다 환자들이 손발바닥 피부가 두꺼워지고 껍질이 벗겨져 일상이 마비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며 “일반적 판상 건선에 비해 치료가 어려워 기존 치료제의 효과도 떨어지고 장기간 치료가 요구돼 환자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억제제 등 전신에 작용하는 의약품들은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없어 생물학적 치료제로 변경해 치료 기간을 늘려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환자들이 관련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이 진단, 치료 단계에서 떠안는 각종 부담을 고려하면 산정특례를 적용해 적정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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