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체포된 3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강도살인·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35)·황모(36)·연모(30)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수감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를 나서며 납치·살해 이유와 추가 공범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답변하지 않았다. 법정으로 들어가던 중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황씨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씨 등 3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A(48)씨를 차량으로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 코인 회사에 투자했다가 수천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가 A씨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해 황씨에게 납치·살해를 제안했고, 황씨가 연씨를 끌어들였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씨는 황씨에게 범행을 제안한 뒤 두 차례에 걸쳐 700만원을 건넨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에서 30대 B씨가 황씨 제안으로 A씨를 미행·감시하다가 지난달 중순께 그만둔 정황을 파악해 B씨를 살인예비 혐의로 입건했다. 공모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구속영장을 신청해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일단 이씨가 이번 사건을 계획했다고 보고 동기를 추궁하고 있다. 이씨를 비롯한 A씨 주변 인물이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하자 살인을 청부했을 가능성, B씨 외에 또 다른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