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을 이틀 앞둔 3일 충남 홍성과 대전 등 전국이 산불로 신음했다. 전날 시작한 홍성과 대전 산불은 이틀째 꺼지지 않았고, 경기 남양주, 전남 함평, 경북 영주 등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산불 3단계가 발령된 홍성 산불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50% 진화됐다. 산불 영향구역은 1131㏊, 잔여 화선은 12.5㎞로 추정된다. 전날 시작한 이 산불로 인해 현재까지 주택 32동과 창고 33동 등 총 57동이 피해를 봤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인근 마을 주민 236명이 안전을 위해 대피 중이다.
전날 벌어진 충남 금산·대전 서구지역 산불 진화율은 같은 시간 기준 79%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산불 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 중이다. 산불 영향구역은 452㏊로 추정된다. 이번 산물로 민가 1동과 암자 1동이 소실됐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마을 주민 619명은 인근 산직경로당 등으로 피신했다.
산불 2단계인 충남 당진 산불 진화율은 약 78%로 접어들었다. 산불 영향구역은 약 68㏊로 추정된다. 인명 및 시설물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마을 주민 41명이 인근 초등학교와 경로당으로 몸을 피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산불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2시18분 남양주 와부읍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당국은 산불진화헬기 17대 등을 투입해 불을 끄고 있다. 함평에선 양봉장 불씨가 산불로 번지는 사고가 났다. 당국은 오후 3시10분 산불 2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영향구역은 약 35㏊로 추정되며 주민 10명이 근처 경로당으로 대피했다.
오후 2시15분 발생한 영주 산불엔 오후 4시40분 산불 2단계가 발령됐다. 산불 영향구역은 약 94㏊로 보인다. 안전을 위해 인근 주민 2명이 마을회관으로 피했다. 오후 1시40분 신고된 전남 순천 산불에도 오후 4시20분 기준 산불 2단계가 내려졌다. 산불 영향구역은 약 60㏊이며, 주민 76명이 인근 경로당으로 피신했다.
전날에는 서울 인왕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서울 시내에 산불 2단계가 내려지기도 했다. 주불은 5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서울에 산불 2단계가 발령된 것은 제도 도입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건조한 날씨 때문이다. 이날 오후 6시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발효된 상황. 산불이 심한 충남의 올해 1월1일부터 4월1일까지 강수량은 평년 44%에 그친다. 역대 세 번째로 강수량이 적은 상태다. 충북은 50.9% 수도권 64.6% 등 다른 지역도 올해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봄 가뭄을 이상 기후에 따른 결과로 분석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육지 온도도 동반 상승하고, 이로 인해 숲의 습도는 낮아져 산불 발생 빈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기온이 1.5도 높아지면 산불기상지수가 8.6% 상승하고 2.0도 오르면 상승 폭이 13.5%로 커진다는 조사 결과(국립산림과학원)도 있다.
실제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최근 몇 년간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무려 6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1860만㏊를 태웠다.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에서 벌어진 산불도 104만㏊를 뒤덮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와 토지이용 변화로 산불(wildfire)이 더 빈번히 발생하고 강도도 세질 것”이라면서 산불 발생 건수가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00년 50%까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