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특수학교 학생 게임 이용 비율은 44.6%로, 전 국민 70%에 비해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장애로 인해 게임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로 ‘게임 접근이 불편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에 국립재활원은 지난달 카카오게임즈, 아름다운재단,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와 손을 잡고 장애인 게임 보조기기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키보드, 마우스 등 보조기기 입력장치와 팔 받침대, 거치대와 같은 보조기기 보조장치, 의자, 벨터 등 자세 유지장치를 제공한다. 장애인도 보조기기를 이용해 가족, 친구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윤규 국립재활원 원장은 지난 3일 국립재활원에서 진행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기관과 민간 기관이 협력해 장애인에게 게임 보조기기를 지원한 첫 사례”라며 “장애로 인한 신체적, 환경적 고립 없이 게임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게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립재활원은 재활 치료를 비롯해 장애인이 치료를 받은 이후 지역사회에 원활하게 복귀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운전 재활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국립재활원은 1994년부터 장애인의 자가 운전에 대한 포괄적인 운전지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운전 교육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료진의 진료, 협업의뢰서를 통해 운전 상담, 체험, 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체 상태에 알맞은 운전보조기기 적응 훈련 등을 통해 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장애인들의 호응도 높다. 4년간 2098명이 운전체험을 하고 교육을 받았다.
강 원장은 “장애로 인해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면 사회적 참여에 제한이 생긴다. 교육이나 직업 기회의 불평등,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초래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데 커다란 방해요소가 된다”며 “운전을 통한 장애인의 이동성은 사회참여의 폭을 넓히며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대하는 의미를 갖는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장애인 사회복귀율은 36.4%에 불과하다. 10명 중 7명가량은 사회와 단절한 채 칩거하는 셈이다.
강 원장은 “장애인 이동권에 관해서 저상버스가 도입되는 등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더 변화해야 한다”면서 “아직까진 장애인 관련 인식이나 예산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장애인 접근성은 해외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강 원장은 “한국의 장애인 접근성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해외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회사와 이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이 협력해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손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게 개발했다. 구글의 경우 자체 서비스에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강화했다. 애플은 맥 컴퓨터와 아이패드에서 하나의 스위치를 통해 컴퓨터를 조정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강 원장은 “국립재활원도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입술마우스를 만들어 오픈소스 형태로 공유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장애인 보조기기는 장애 특성에 따라 개별화가 필요해 예산이 많이 투입돼야 한다. 장애인 보조기기 개발을 위해선 민간 분야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 취임한 강 원장은 장애인의 행복과 건강권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조기기, 재활로봇 개발에 힘쓰겠다”면서 “국립재활원의 미션은 ‘장애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장애인이 삶의 자리에서 건강한 시민으로 최적의 기능적 생활을 영위하면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케어하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