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있으나마나… “병원 편의로 촬영 거부 가능”

‘수술실 CCTV’ 있으나마나… “병원 편의로 촬영 거부 가능”

수술실 CCTV 설치법, 9월 시행 앞두고 ‘실효성 논란’
응급환자 수술·전공의 수련 저해 등 경우엔 촬영 거부 가능
박시영 활동가 “복지부, 지나치게 의료인 입장만 반영”

기사승인 2023-04-10 10:58:59
지난 2021년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법안 관련 입법 공청회에서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수술실 내 유령수술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 권대희씨의 CCTV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를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시행규칙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병원에서 임의적인 이유로 촬영을 거부하면 환자가 손쓰기 어렵도록 조항을 설계한 탓이다.

10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 수술실 내부 CCTV의 설치 기준과 촬영 절차, 촬영 거부 사유 등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26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9월25일 시행하기로 했다.

개정령안에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거부할 수 있는 여러 사유가 담겼다. 응급환자를 수술하는 경우나 상급종합병원의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 지도전문의가 전공의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단 지도전문의는 판단의 이유를 기록으로 남겨야 함), 수술을 시행하기 직전 등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등은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법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시영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 활동가는 1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정령안은 실상 의사의 면허지킴이 시행령에 불과하다”며 “복지부는 지나치게 의료인들의 입장만을 반영한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해 국민이 아니라 의사의 힘이 되는 평생친구로 전락했다. 의사협회 2중대를 자처한 복지부는 각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급종합병원의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나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 사실상 병원이 임의로 거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활동가는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는 병원 측에서 의도적으로 이 조항을 악용해 장비의 문제를 핑계로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어 삭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정령안에 따르면 영상정보의 보관기준을 30일로 지정하게 돼있는데, 이는 의료사고가 났을 때 환자가 CCTV 촬영본을 이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박 활동가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영상정보를 활용할 수 없도록 무력화시키는 조항이다. 어떻게 의료사고 피해자가 30일 내에 형사고소를 하거나, 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란 말인가”라며 “보관기준을 적어도 90일 이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활동가는 “개정령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 보건의료의 안정과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복지부는 당장 해당 시행령 개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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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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