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굿즈 얻으려면 2~3개는 기본 사야죠. 다 모으는 것도 팬심이에요. CD는 보통 뿌리거나 그냥 집 안 어딘가 모아둬요.”

지난 3월7일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활동을 한 K-POP 팬들 중 CD를 이용해 음악 감상을 하는 소비자는 5.7%에 그쳤다. 반면, 작년 K-POP 음반 판매량은 7700만장을 넘어서며 또 다시 지난해의 기록을 경신했다. CD를 듣진 않지만 구매량은 늘어나는 이유, 아이돌 ‘굿즈(사은품)’에 있었다. 

실제로 K-POP 팬덤 활동 소비자들 중 52.7%는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한국소비자원 발표).  

환경운동연합은 12일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음반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음반 버전을 늘리고, 각종 굿즈를 ‘끼워팔기’하고 있다. 나아가 굿즈를 무작위로 제공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것을 당연시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과잉소비된 음반들은 마침내 폐기물이 돼 버려지고, 무수한 플라스틱을 비롯하여 재활용이 되지 않는 코팅 종이들은 현재도 도처에 쌓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 발매되는 K-POP 음반 경우 CD 외에도 해당 가수의 포토카드, 포스터, 포스트카드, 스티커 등을 포함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최근 2년 내 발매된 주요 K-POP 음반(50종)을 조사한 결과, 한 음반당 평균적으로 7.8개의 굿즈를 포함하고 있다. 그 중 랜덤 굿즈는 평균 2.9개로, 구성품 중 3분의 1을 차지했다.

가장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가 있는 음반 경우 총 78종의 포토카드를 제공했다. 1개 음반에 랜덤으로 6종이 들어있어 모든 종류의 포토카드를 수집하려면 최소 13장의 음반을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한국소비자원의 ‘팬덤 마케팅 소비자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활동을 한 팬들 중 7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과도한 양의 음반 구매 행위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했다. 

또한 기증이라는 명목하에 보육 시설이나 복지센터 등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복지센터의 직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쌓여가는 음반 쓰레기가 이미 포화상태”라며 “음반 쓰레기 처리를 더 이상 복지센터에 미루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실물 음반은 CD, 케이스 등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구성되며 표면이 코팅되어 있는 등 재활용이 어려워 많은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키트 앨범, 플랫폼 앨범 등 CD를 포함하지 않은 디지털 형태의 음반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과잉소비를 유도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POP 소비자들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전자상거래 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더불어 그로 인한 환경오염과 폐기물에 대한 적절한 법제화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환경운동연합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이러한 K-POP 음반 쓰레기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