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캐피탈·기업은행 바이오 사모펀드 투자, 순항 중 ‘휘청’

IBK캐피탈·기업은행 바이오 사모펀드 투자, 순항 중 ‘휘청’

기사승인 2023-04-16 06:00:01
IBK캐피탈과 기업은행이 약 200억원 규모로 투자한 바이오 관련 사모펀드가 지난해 약 140억원이 넘는 손실(지분법 손익 기준)을 내면서 그동안의 상승분을 반납했다. 해당 펀드는 신생 PE(프라이빗에쿼티) 제이엔PE가 기업은행과 함께 출자한 사모펀드다. 이 펀드는 제약바이오 기업 에스티팜의 운영자금과 시설자금 조달 목적으로 조성된 것이다. 

에스티팜은 박카스로 잘 알려진 동아제약 계열사로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최대주주다. 이 기업은 CDMO(의약품 위탁개발생산)와 RNA(올리고핵산) 치료제 사업을 주력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코로나19 시절 RNA 관련주로 수혜를 받으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으나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시장 불신이 커지면서 주가도 다시 하락했다. 이 기업의 주력 사업인 CDMO 사업과 RNA는 성장성은 높지만 △PER(주가수익비율) 90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주가/가치) 부담 △API(원료의약품) 매출의 과도한 의존도(전체 80% 이상) △글로벌 기업들의 CDMO 증설에 따른 경쟁 과열 등은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된다.

1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약 200억원 규모로 출자한 사모펀드 ‘아이비케이씨 제이앤 바이오신기술사업투자조합’(아이비케이씨 제이앤 펀드)이 지난해 말 기준 146억원(지분법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모펀드는 제약·바이오기업 에스티팜의 자금조달을 위해 결성됐다. 에스티팜은 지난 2020년 12월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10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아이비케이씨 제이앤 펀드는 약 625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사채 만기일은 오는 2025년 12월 11일이다. 전환가액은 9만8183원이다.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사채를 일정한 시점을 지나면 주가로 전환해 투자금을 엑시트(투자금 회수 후 매각)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즉 회사의 주가가 상승할 수 록 투자 이익을 보는 것이다. 

실제 에스티팜은 코로나19 당시 RNA(올리고핵산) 수혜주로서 시장에 주목을 받았다. 에스티팜이 주력으로 내세운 사업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관련 물질의 위탁개발생산(CDMO)과 치료제 개발이다. CDMO는 단순 생산 개념인 CMO영역을 넘어 연구개발 단계부터 임상, 제조 등 모든 과정에 대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장에서는 CDMO와 RNA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다.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CDMO 시장은 오는 2026년 2466억 달러(약 3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RNA 치료제 시장도 제약·바이오업계의 새 먹거리로 불린다. 메리츠증권 박송이 연구원은 “RNA 기반 치료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개발기간이 짧고 △약의 효과를 장기간 유지 △항체의약품에 비해 생산에 필요한 바이오리액터의 규모가 작다”고 설명했다. 

자료=SK증권 

이 같은 성장 모멘텀으로 에스티팜의 주가는 한때 큰 폭으로 올랐다. 2020년 2만9000원이던 에스티팜 주가는 2021년 12월 말 14만원7900원(고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지난해 수익성 악화로 인해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가까이 난 7만2000원대까지 하락했다. 이달 14일 기준 에스티팜 주가는 8만7600원대다. 에스티팜의 주가 부진은 펀드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이비케이씨 제이앤 펀드’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465억6000만원이다.


이에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증권사를 통해 자금을 간접적으로 출자했고, 현재는 평가금액이 이익인 상태다. 다른 기관들의 경우 투자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업은행의 경우 약소하지만 이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은행 사업보고서(2022년 말) 기준 해당 펀드의 장부금액은 214억7000만원이다. 

다만 에스티팜의 주가가 상승세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부담요소가 존재한다. 우선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 에스티팜의 PER(주가수익비율)은 90배 수준이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71.4배), SK바이오사이언스(50.8배) 보다 높다.  에스티팜의 시가총액(4월 14일 기준)은 1조5946억원으로 모회사인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5436억원) 보다 3배 수준으로 높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149억원으로 에스티팜(2493억원) 대비 4배 이상 크다. 

에스티팜 2022년 말 사업보고서   자료=금융감독원 공시

아직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부족하다. 현재 직접적인 매출 기여도가 있는 사업은 API(원료의약품) 부문으로 전체 매출의 약 89%로 편중돼 있다. 현재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을 위한 비용은 263억원으로 매출 대비 10.6%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개발비는 1000억원으로 매출(4567억원) 대비 24.7%다. 제약바이오 관련 IB(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 다수가 신약탄생의 프로세스 상 중간 과정단계인 기술수출의 부진한 성과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해외 경쟁사인 미국 제약사 애질런트, 일본 니토덴코 아베시아 등도 제조시설 증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올해 초 애질런트는  RNA 제조 역량을 늘리기 위해 약 7억2500만 달러(한화 약 904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수환·김동운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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