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한미동맹의 역사를 짚고 미래 동맹의 청사진을 미국 정계에 제시했다.
윤 대통령이 27일 오전(현지 시각) 워싱턴DC에 있는 미 의회에서 영어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시각으로 28일 0시에 합동 연설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약 6분 정도 늦게 자리에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상·하원 의원들과 악수하며 단상에 올라갔고 연설은 우리 시각으로 약 0시 10분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대본을 보지 않고 의원들의 눈을 마주치며 영어로 연설하기 시작했다. 그는 “저는 지금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미국 국민 앞에 서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의원들이 모두 기립해 손뼉 쳤다.
이어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개입을 했다”며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일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번영은 ‘자유시장경제’로 한정됐다며 “전 세계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블록으로 나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50년 한국전쟁은 그 대립의 최전선이었다.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는데 미국은 외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목숨을 잃은 고(故) 윌리엄 웨버 미 예비역 육군 대령의 손녀 데인 웨버를 모셨다고 했다. 데인 웨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고 모두 박수쳤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한다. 한국전쟁을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여기고 참전용사를 명예롭게 대우하는 미국 정부와 국민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미동맹의 역사를 설명한 윤 대통령은 “미국 한인 이주가 120주년이다. 이는 동맹 역사를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이라며 “영 킴·앤디 킴 의원 등이 한미동맹의 증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원들이 일어나 영 킴·앤디 킴 의원을 향해 환호했다.
문화 콘텐츠 교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제 이름을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지는 몰라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실 것”이라며 “문화 교류 활성화로 양국도 더욱 가까워졌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부는 양국 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민주주의를 흔드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법의 지배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며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타인의 자유도 소중히 여긴다”고 꼬집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킬 것”이라며 “북한은 핵 개발 등을 선택했다. 이는 심각한 위협이기에 한미 단합된 의지로 무모한 행동을 억제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북한에)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다시 촉구한다. 하루빨리 도발을 중단하고 바른길로 나오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현재 ‘인도-태평양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한민국은 포괄적 지역 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인태 전략)’을 발표했다. 인태 지역을 포용과 신뢰, 호혜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요 파트너들과 협력도 확대해나갈 것인데 이는 한미동맹의 역할과 무대가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 동맹은 정의·평화·번영을 위한 것이다. 동맹이 미래로 전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신의 축복이 우리의 위대한 동맹에 함께 있길 기원한다”고 연설을 마쳤다. 연설은 약 40분 간 진행됐다.
한편 한국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미 의회에서 연설한 역대 대통령 6명 중 김영삼·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4명이 영어로 연설한 바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