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1억5000만원 ‘바나나’…먹히고 찢기는 현대미술

이번에는 1억5000만원 ‘바나나’…먹히고 찢기는 현대미술

기사승인 2023-04-29 17:31:34
아틸라이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EPA=연합뉴스

1억5000만원 상당의 현대미술 작품이 관람객에게 먹혔다.

지난 27일 오후 한 남성이 서울 리움미술관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위(WE)’에 전시된 작품 ‘코미디언’을 먹었다. 해당 작품은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인 작품이다. 남성은 이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붙여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미학과에 재학 중인 이 남성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카텔란의 작품은 권위에 대한 반항이다. 작품을 훼손한 것도 어찌 보면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장난삼아서 붙여 놓고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전시회를 진행 중인 리움미술관은 남성에게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을 예정이다. 작품은 새 바나나로 교체됐다.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지난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카텔란은 인근 가게에서 30센트를 주고 바나나를 사서 전시했다. 바나나는 2~3일에 한 번씩 교체됐다. 바나나가 먹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 행위예술가가 이를 먹으면서 유명해졌다.

분쇄기에 의해 절반가량 잘려나간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 로이터=연합뉴스

작품 훼손이 행위예술로 여겨지며 가격이 크게 뛰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21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뱅크시의 회화 ‘사랑은 쓰레기통에’가 약 304억원에 낙찰됐다. 해당 작품은 지난 ‘풍선과 소녀’라는 이름으로 2018년 16억90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당시 낙찰과 함께 그림 액자 틀에 숨겨진 파쇄기가 작동했다. 작품이 가늘고 긴 조각으로 찢어져다.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 파쇄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후 작품의 몸값은 크게 뛰었고 새로운 이름도 붙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 원본을 훼손함으로써 작품을 완성시키는 사례도 있다. 쿠바 출신 작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전시회에서는 인쇄물 더미와 산더미 같은 사탕을 접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을 관람객이 먹거나 가져감으로써 전시는 완성된다. 79㎏의 사탕더미와 34㎏의 초록빛 사탕 사각형은 관람객이 가며 매번 모양이 흐트러지고 줄어든다. 79㎏과 34㎏은 먼저 세상을 떠난 작가 연인의 평소 그리고 병에 걸려 사망하기 전의 몸무게를 뜻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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