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옷을 입은 구름 떼 관중이 물에 흠뻑 젖은 채 공연을 즐긴다. 무대를 부술 듯이 뛰노는 가수의 움직임에 따라 관객들도 덩달아 흥이 바짝 오른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에 손이 퉁퉁 불어도 흥에 겨워 날뛴다. 이들을 일컫는 표현은 관객 아닌 ‘광객’(狂客). 가수 싸이가 만 10년째 이끄는 공연 브랜드 ‘흠뻑쇼’가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지난해 열린 공연 실황을 담은 ‘싸이 흠뻑쇼 2022’가 지난 3일 디즈니+에서 첫 선을 보였다. 주요 공연 장면은 물론 객석 함성을 적절히 살리며 현장감을 배가했다. 9일 화상으로 만난 가수 싸이는 “최대한 현장 느낌을 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흠뻑쇼’는 내게 곧 자부심”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돌 아닌 가수가 OTT에… 자랑스럽죠”
‘흠뻑쇼’와 디즈니+의 만남은 의외로 손쉽게 성사됐다. 싸이는 “디즈니+가 가장 먼저 연락을 줘서 함께하기로 했다”면서 “세계적인 플랫폼인 만큼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만 10년 동안 여름마다 ‘흠뻑쇼’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을 비롯한 9개 도시에서 35만 관객을 유치했다. 싸이는 관객과 함께한 희로애락을 영상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공 들였다. 그가 주목한 건 현장감이다. 생생함을 전하기 위해 여타 공연 영상물보다 객석 음량을 더 크게 연출했다. 곡 목록 역시 각 앨범 타이틀부터 대중에게 사랑받은 곡과 극적인 효과를 살린 곡 등 다양한 트랙을 배치했다. 영문자막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한국정서와 구어 표현을 담은 가사를 적절히 번역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단다. 그는 “편한 환경에서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게 ‘2022 싸이 흠뻑쇼’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짚으며 “아이돌 가수가 K팝을 대변하는 현재, 기성가수임에도 OTT에 실황을 공개할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드컵서 영감… 이젠 여름 공연 대표 브랜드”
‘흠뻑쇼’의 기원은 2002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싸이는 거리응원에 임하는 시민들을 보며 많은 인파가 같은 색상 옷을 입고 한 마음으로 다 같이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매 월드컵마다 느낀 영감을 담아 2011년 ‘흠뻑쇼’ 공연을 시작했다. 싸이는 “워터 테마파크 콘셉트의 음악 위락시설을 목표로 뒀다”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진 덕에 이젠 대한민국 여름 공연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흠뻑쇼’ 무대에 오르는 가수이자 모든 공연을 책임지는 총 연출자다. 싸이는 “가수 싸이가 무대 위에 서기까지 연출자 박재상은 집요하고 치열하게 노력한다”면서 “가수 싸이가 행복해야 관객 역시 행복하다. 싸이가 행복하게 놀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흠뻑쇼’는 이제 문화… 올해도 관객 만나요”
‘흠뻑쇼’는 수년째 관객 평균 연령 25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날 좋아하지 않고 관심 없어해도 여름엔 ‘흠뻑쇼’를 찾는 관객이 많다”면서 “콘셉트가 지속하면 스타일이 되고, 스타일은 곧 문화가 된다. ‘흠뻑쇼’는 여름을 대표하는 문화”라며 감회에 젖었다. 싸이에게 ‘흠뻑쇼’는 스스로 위상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는 “대학축제 덕인지 ‘흠뻑쇼’에 참여하는 관객 평균 연령은 늘 25세”라며 “20대 관객이 공연을 찾을 때마다 스스로 현역 가수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흠뻑쇼’는 올해 여름에도 개최를 앞두고 있다. 그는 “연출자로서 더 멋진 공연을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한다”면서 “올해 ‘흠뻑쇼’는 ‘체인지’가 아닌 ‘업그레이드’다. 여러 면에서 훨씬 더 만족스러운 공연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흠뻑쇼’는 해외 팬덤에게도 관심사다. 싸이는 “해외에서 공연요청이 있었으나 제반 여건상 어렵겠더라”면서도 “‘흠뻑쇼’가 아닌 공연은 머지않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여름 ‘흠뻑쇼’와 신보 준비에 한창이다. 대학축제 무대에도 오른다. 싸이는 “대학축제는 내 마음의 고향”이라며 “대학 축제 관객이 ‘흠뻑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올해 역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