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옥철 탑니다” 김포골드라인 출근길 현장

“오늘도 지옥철 탑니다” 김포골드라인 출근길 현장

-360도 카메라로 살펴본 김포골드라인 열차 내부
-비교적 한산한 금요일도 승객들로 북적

기사승인 2023-05-15 06:00:01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승강장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골드라인 열차 내부를 360도 카메라로 살펴봤다.

“매일이 지옥이에요”

혼잡률 평균 242%, 최대 289%로 ‘지옥철’이라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혼잡이 가장 심하다는 ‘사우역~풍무역~고촌역~김포공항역’의 아침 풍경은 어떨까. 금요일인 지난 12일 오전 6시30분 부터 8시30분까지 김포골드라인 출근길 모습을 살펴봤다.

오전 6시 30분. 풍무역에 도착해 열차를 기다렸다. 지옥철답게 이른 시간에도 열차 안엔 승객들이 빽빽하게 차 있었다. 풍무역에서 출근하던 김훈민(30)씨는 “김포시 인구가 몇인데 2칸(2량) 열차로 만들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라며 열을 내다 “오늘도 천근만근 무거운 몸 이끌고 출근합니다”고 말하며 열차에 몸을 실었다.

12일 경기 김포시 풍무역 김포골드라인 승강장. 사진은 오전 6시 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촬영했다.
12일 오전 6시 50분경 경기 김포시 풍무역 김포골드라인 열차 내부.
12일 오전 7시경 경기 김포시 고촌역 김포골드라인에서 한 승객이 탑승을 포기하고 있다.

 오전 7시. 고촌역에선 한두 명씩 열차에 탑승을 하지 못하는 승객들이 발생했다. 고촌역에 배치된 안전요원들은 “무리하게 타지 마시고 다음 열차 이용해주세요”라며 인파를 통제했다. 한 안전요원은 “날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금요일은 사람이 없는 편”이라며 “월요일과 비오는 날이 가장 혼잡하고 아비규환이다”라고 말했다.

고촌역에서 만난 김모(41)씨는 “버스 배차 간격도 단축됐는데 버스는 안타냐”는 질문에 “버스 배차 간격 단축보다 근본적으로 버스 전용차선이 개설돼야 한다”라며 “버스는 차가 막혀 애매하다. 힘들어도 한 정거장이니까 (지하철로) 몇 분 참고 빠르게 가는 게 낫다”며 고개를 저었다.

12일 경기 김포시 고촌역 김포골드라인 승강장. 사진은 오전 7부터 8시 10분경까지 약 10분 간격으로 촬영했다.(위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날 가장 혼잡했던 시간대는 오전 7시10분부터 8시30분까지였다. 고촌역에서 사진 촬영을 마치고 8시25분부터 열차 탑승 시도를 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실패했다. 첫 번째 탑승 실패이후 옆에 있던 한 안전요원에게 “시민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탑승하냐”고 물었다. 안전요원은 “몸을 돌리고 어깨와 엉덩이로 밀면서 탈 수 밖에 없다”고 요령을 알려줬다.

김포시가 지난 8일부터 혼잡률 완화를 위해 전세버스 추가 투입 등을 했다.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철도 운영사인 김포골드라인운영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7~8시 김포골드라인 승하차 인원수는 8941명이었다. 지난달 24일 같은 시간대 승하차 인원인 9269명보다 고작 3.5%(328명) 줄었다. 이날 만난 김포골드라인 한 관계자는 “70번 버스가 증차되고 배차간격도 단축됐지만, 이번 주를 보니 혼잡도에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역 김포골드라인에서 승객들이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12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역 김포골드라인에서 승객들이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두 번째 탑승 시도. 심호흡을 하며 다음 열차를 기다렸다. 문이 열렸지만 승객들로 가득 찬 열차를 보고 빠르게 포기했다. 같이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달랐다. 강하게 밀어붙여 열차에 몸을 실었다. 창문에 비친 승객들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함께 열차 탑승에 실패한 정미순(72)씨는 “사람들이 많을 때 탑승했다가 갈비뼈가 부러질 것처럼 끼어 위험한 일이 있었다”라며 “평소 3~4대를 보내고 탑승한다”고 알려줬다.

12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역 김포골드라인에서 승객들이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세 번째 열차가 도착했다. 열차에 탔지만, 온몸이 압축돼 움직이기 어려웠다. 김포공항역에 도착 후 “와 힘드네”라고 혼잣말하자, 같이 탑승한 한 승객이 “오늘 이 정도면 편하게 온 것”이라고 귀띔했다. 비교적 한산하다는 금요일에도 열차는 승객들로 매우 붐볐다. 가장 혼잡하다는 월요일은 어떨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승강장에 119 구급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포공항역에는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호흡곤란 환자 발생 등 안전사고를 대비해 119 구급대원이 상시 배치돼 있었다. 김포공항역에서 만난 한 안전요원은 “대부분 몸집 작은 여성분들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많이 힘들어 한다”라며 “언론에 노출 안 된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70번 버스 노선은 김포골드라인 승객을 분산하기 위해 지난 1월 신설됐으며 출근 시간대 운행 횟수는 최초 9회에서 지난달 24일 17회로, 지난 8일 41회로 늘어났다. 버스 배차 간격은 최초 15분이었다가 증편에 따라 3∼6분으로 단축됐다.

버스 상황은 어떨까. 오전 8시50분 김포공항역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70번, 70A번, 70B번 버스들이 줄줄이 도착했다. 내리는 시민들은 한두 명이 전부였다. 70번 버스에서 내린 이민영(45)씨는 “확실히 버스보다 김포골드라인을 타는 게 더 빠르다”라며 “버스를 타고 처음 출근해봤다. 오늘처럼 여유롭게 출근해도 되는 날만 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1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정류장에 도착한 70번 버스에서 한 시민이 내리고 있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김포골드라인 현장점검 당시 이성해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은 “골드라인 혼잡률 완화를 비롯해 김포 교통문제 해소는 지역 숙원이자 윤석열 대통령 관심사항”이라며 “중앙정부는 김포교통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개통’임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포시도 ‘골드라인 혼잡 대책 추진현황 및 계획 보고’를 통해 대광위에 김포골드라인 근본적인 해결책이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개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효과적인 승객 분산을 위해 70번 버스 등 셔틀버스 정시성-편의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정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버스가 원활히 통행할 수 있도록 이번달 말까지 개화~김포공항 구간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임형택 기자 taek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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