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출근하라는 메일” 한국MSD, 분사 이어 희망퇴직으로 직원 정리

“7월까지 출근하라는 메일” 한국MSD, 분사 이어 희망퇴직으로 직원 정리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사업 종근당에 일임… 사업부 폐지 수순
소속 직원들, 희망퇴직 권고에 “정리해고 아니라는 말장난”
회사 측 “퇴직 이후 진로 문제 없도록 협의하고 돕겠다”

기사승인 2023-05-16 06:00:35
쿠키뉴스 자료사진

분사 정리로 한 차례 노조와 갈등을 빚었던 다국적 제약사 한국MSD 내부에서 또 다시 소음이 일고 있다. 이번에는 GM(general medicine) 사업부 정리로 인한 희망퇴직(ERP) 권고에 따른 파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MSD는 오는 9월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 국내 판권을 종근당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자누비아 시리즈인 자누메트, 자누메트XR의 판권과 유통권, 허가권, 상표권, 제조권도 모두 이관하기로 했다.

한국MSD는 그 동안 종근당과의 자누비아 공동 판매 파트너십을 갖고 국내 매출을 유지해왔고, 종근당 역시 자누비아 시리즈를 통해 지난해 1386억원가량 판매고를 기록했다. 다만 9월 특허 만료를 앞두면서 여러 제약사들이 자누비아 복제약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시장성이 점차 떨어지자 한국MSD는 관련 사업을 종근당에 일임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MSD는 자누비아를 맡고 있던 GM 사업부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GM 사업부는 당뇨병약 자누비아 시리즈를 포함해 SGLT-2억제제인 ‘스테글라트로’(성분명 에르투글리플로진) 시리즈 등 만성질환 치료제의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해왔다. 근무 인원은 1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국MSD 관계자는 “회사는 혁신 의약품에 집중하는 경영 방향성을 토대로 항암제, 백신, 새로운 파이프라인 등 의료 혁신의 주요 영역을 보강하기로 했다”며 이번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MSD는 사업부 폐지 수순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 받기 시작했다. 접수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희망퇴직 패키지와 유명 컨설팅 회사에 의뢰한 외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해당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진로와 이직 우려사항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1:1 상담을 병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발표에 한 순간 일자리를 잃게 된 직원들은 실망감이 크다. 회사가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마저 탐탁하지 않다. 회사에 남을 수 있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에 한국MSD GM 사업부에서 12년째 근무 중인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의 글이 게재됐다. A씨는 “오는 7월31일까지 근무하고 사직하라는 메일을 받았다”며 “희망퇴직 신청을 하지 않아도 회사에 남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정리해고가 아니라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직원들은 대부분 돈을 벌고 있는 워킹대디나 워킹맘이다”라면서 “이런 상황을 차마 집에 얘기하지 못한 직원들도 많다.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MSD 노동조합은 인력 감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MSD 노조는 “근로기준법과 한국MSD 단체협약 제18조 ‘고용 안정’에 대한 내용에 의거해 생존권을 사수하겠다”면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진행 예정인 1대1 미팅 등을 포함한 모든 세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표명했다.

앞서 한국MSD는 지난 2020년 오가논 분사를 두고 직원들과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한국MSD는 일부 사업부문 담당 부서나 직원을 대상으로 오가논으로 옮겨갈 것을 통지했다. 노조 측은 일방적인 통보라며 2018년 결성 이래 처음으로 시위를 진행했고, 회사 측은 이동 직원들에게 15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이번 희망퇴직 사안 역시 한국MSD는 일방적인 통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노조와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1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직원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해 고용을 지속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희망퇴직과 이직 등 가능한 한 모든 상황에서 도움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개별적으로 진로와 우려사항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면서 “필요하다면 회사 현황에 대해 노동조합에 설명하고 단체협약을 준수하며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MSD의 지난해 매출은 5419억원이다.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2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가, 판매비, 관리비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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