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는 저 멀리로! ‘인어공주’ 봤더니

우려는 저 멀리로! ‘인어공주’ 봤더니

기사승인 2023-05-23 06:00:08
영화 ‘인어공주’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뜨거운 감자였던 실사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가 오는 24일 개봉한다. 앞서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 역을 맡는 게 알려져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반면 연출을 맡은 마샬 감독은 “할리 베일리는 완벽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본 ‘인어공주’는 어땠을까.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인어공주’를 먼저 보고 감상평을 나눴다.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려는 저 멀리로

‘인어공주’는 시작 전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은 작품이다. 흑인 에리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판, 실사 영화는 원작 애니메이션만 못하다는 우려, 트레일러 영상에 담긴 바닷속이 지나치게 어둡다는 지적… 실제로 본 ‘인어공주’는 이 같은 부정적인 선입견을 모조리 깨부순다. ‘인어공주’는 실사 영화의 매력을 십분 살린 작품이다. 스크린에 구현한 알록달록 바닷속 세상은 장관을 이룬다. 화려하고 신비로운 해저 세계는 상영시간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대표 OST ‘언더 더 씨’(Under the Sea) 장면은 압권이다. 통통 튀는 정겨운 전주와 함께 형형색색의 해양생물들이 다채롭게 움직이는 모습이 뇌리에 깊게 남는다. 할리 베일리는 에리얼 역에 꼭 맞아떨어진다. 연기와 노래로 자신만의 에리얼을 만들어냈다. 주제가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를 가창하는 장면은 감탄만 나온다. 앞서 감독이 완벽한 캐스팅을 자신한 이유를 납득케 한다. 누구든 인어공주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 제작진의 의도 역시 충분히 읽힌다. 

이외에도 인상적인 캐릭터가 많다. 실사로 재탄생한 플라운더(제이콥 트렘블레이), 세바스찬(다비드 디그스)과 스커틀(아콰피나)은 ‘인어공주’의 숨은 보물이다. 쉴 새 없이 전개에 기름칠을 톡톡히 한다. 연애조작단으로 뛰어든 이들 활약에 웃음이 피어날수록 몰입감은 자연히 더해진다. 울슐라 역을 맡은 배우 멜리사 맥카시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는다. 인어공주 아버지 트라이튼을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특유의 카리스마를 아낌없이 드러낸다. 아쉬운 건 후반부다. 극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때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달라진다. 지나치게 액션 규모를 키운 모습이 언뜻 ‘마블’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이질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극 말미 연안에 다닥다닥 등장한 인어들의 모습은 어딘지 엉성하다. 원작 애니메이션 속 단란한 인어공주 일곱 자매의 모습을 기대했다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에리얼에게 주체성을 부여한 시도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려 한 노력은 엿보인다. 쿠키는 없다.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새로운 인어공주, 새로운 꿈과 용기

인종차별과 외모 비하를 뚫고, 마침내 흑인 인어공주가 우리 앞에 도착했다. 오랜 시간 흰 피부와 붉은 머리카락으로만 존재하던 인어공주가 또 다른 이미지를 획득한 것이다. 실사화된 ‘인어공주’를 향한 가장 큰 궁금증은 아프리카계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 역에 어울리냐는 것일 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흠잡을 데 없다. 애초에 피부색은 흠이 될 수조차 없었으니까. 동명 애니메이션 속 에리얼이 순수함에 방점을 찍었다면, 할리 베일리의 인어공주는 호기심과 강인함으로 완성된다.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향한 요구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가 미래세대 디즈니 팬들에게 더 큰 용기와 영감을 주길 기대한다. 다만 작품의 완성도나 캐릭터와의 ‘싱크로율’과는 별개로, 할리 베일리는 어깨가 무겁겠다. 오랜 시간 미디어가 주입한 ‘백인 공주’ 이미지를 깨뜨려야 할 숙명이 얹어져서다. 부디 이 과정에서 상처 입는 이가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영화는 피부색을 둘러싼 온갖 공격엔 관심 없다는 듯 맹렬하게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작품을 여는 난파 장면은 눈 떼기 어려울 만큼 스펙터클하고, 카리브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진 바닷속 인어 왕국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에리얼의 세 단짝 친구 가운데선 스커틀이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와 세바스찬이 함께 부르는 새 노래 ‘더 스커틀버트’(The Scuttlebutt)는 종잡을 수 없이 괴상하다. 작품 개봉 후 각종 ‘밈’으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화면과 음악 모두 물량 공세를 퍼붓지만, 지루한 순간이 없지는 않다. 가장 큰 약점은 결말이다. 에리얼과 에릭의 결합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종족의 이해와 화합을 강조하는데, 그 메시지가 영 작위적이다. 에리얼이 인간 세계로 편입한 상황을 과연 두 세계의 ‘공존’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이 촉촉한 눈망울로 에리얼과 작별하는 장면에선, 의외로 웃음이 새어 나올 수 있다.

김예슬 이은호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이은호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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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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