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부커상에 고스포디노프의 ‘타임셸터’… 천명관 ‘고래’ 불발

2023부커상에 고스포디노프의 ‘타임셸터’… 천명관 ‘고래’ 불발

심사위원 “타임셸터, 현대에 절실하고 철학적 질문 던져”

기사승인 2023-05-24 07:07:24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센터에서 개최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 낭독회에서 '고래'의 천명관 작가(오른쪽)를 비롯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 작가와 번역가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부커, 연합뉴스

영국 최고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은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에 돌아갔다. 올해 최종후보 6편에 오른 천명관의 ‘고래’는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다.

부커상심사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열린 2023 부커 인터내셔널상(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수상작으로 ‘타임셸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불가리어로 쓰인 작품 중 첫 수상이다.

타임셸터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유명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한 클리닉을 둘러싼 이야기다.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은 환자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과거를 10년 단위로 세세하게 재현해 낸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들까지 고통스러운 현실을 피해 클리닉으로 몰려든다. 힘겨운 현재나 미래 대신 친숙하고 행복했던 과거를 찾는다. 모든 국가가 이 치료소의 아이디어를 모방하고, 어떤 과거 버전으로 국가의 미래를 형성할지를 두고 국민 투표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레일라 슬리마니 부커상 부문 심사위원장은 “이 소설은 아이러니와 우울로 가득 차 있다”며 “‘우리의 기억이 사라질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현대에 절실하면서도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고 평했다. 이어 “미래의 상실, 과거의 향수는 독이 돼버린 유럽에 대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는 불가리아에서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고스포디노프과 함께 타임셸터를 영어로 옮긴 번역가 앤젤라 로델도 올해 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했다. 상금 5만파운드(약 8200만원)는 작가와 번역가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부커 인터내셔널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에 주는 부커상의 한 부문이다. 부커상은 보통 노벨문학상과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만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이번에 최종 후보에 올랐던 천명관 작가의 ‘고래’는 한국 작품으로선 네 번째로 부커 인터내셜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한국 작가로는 소설가 한강이 2016년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와 함께 이 상을 받은 바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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