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왕비 탄생기부터 추억의 둘리까지 [연휴에 뭐 볼까]

흑인 왕비 탄생기부터 추억의 둘리까지 [연휴에 뭐 볼까]

기사승인 2023-05-27 06:00:19
가정의 달, 마지막 연휴 아침이 밝았다. 27일부터 석가탄신일 대체공휴일인 오는 29일까지 사흘간 연휴가 이어진다. 선물 같은 이 시간, 실패 없이 재미난 콘텐츠를 보고 싶다면 주목하시라. 입소문 탄 화제작과 따끈따끈한 신작을 쿠키뉴스가 소개한다.


‘박하경 여행기’ 스틸.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

추천 포인트 ▷ 싱거운 듯 묘하게 생각나는, 평양냉면 같은 힐링극

고등학교 국어교사 박하경(이나영)의 일상은 평범한 듯 고되다. 지루하게 반복하는 일상, 매일이 따분한 박하경은 홀연히 여행길에 오른다.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떠나는 단 하루의 여행. 그곳에서 박하경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 가만히 있다가도 두근두근 설레고, 여러 생각에 잠기다가도 여행지가 주는 낯선 설렘을 만끽한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당일치기로 땅끝마을인 해남에 향하고, 우연한 인연에 기대다 실망도 한다.

지난 24일 절반 회차를 공개한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는 평범한 순간과 사소한 생각들을 모아둔 드라마다. 얼핏 뜬구름 잡는 듯 보이는 이 엉뚱한 이야기는 싱겁기 그지없다. 큰 갈등도 없이 박하경의 하루를 좇는다. 박하경은 내내 잘 먹고 잘 쉰다. 그러면서도 흔들리며 꽃피는 청춘 이야기부터 부모-자식 관계, 기성세대-청년세대의 갈등 등 현실에서 볼 법한 일들을 아우르려 한다. 박하경이 새로운 여행지에서 낯선 이와 공명하며 만드는 작은 물결은 모이고 모여 작은 파도를 이룬다. 거기서 오는 감동이 상당하다. 바쁜 삶에 염증을 느끼는 독자라면, 어색해하면서도 뜨거운 진심을 가진 박하경의 얼렁뚱땅 여행기로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 지난 24일 1~4회 공개를 마쳤다. 오는 31일 5~8회를 공개할 예정이다.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 워터홀컴퍼니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추천 포인트 ▷ 선명해진 추억, 새롭고 반가운 ‘아는 맛’

아기공룡 둘리는 1억년 전 거대한 빙산 조각에 갇혀 엄마와 헤어진다. 이후 한강으로 떠내려온 빙하가 녹으면서 둘리는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여러 사정으로 서울 쌍문동 소시민 고길동 집에 살게 된 둘리는 외계인 도우너, 귀부인 타조 또치, 고길동 조카 희동이, 가수 지망생 마이콜 등 괴짜 친구들과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둘리와 친구들은 시간여행 도구인 타임 코스모스를 타고 미래로 떠나려다 실수로 얼음별에 떨어진다. 얼음별에서 마침내 엄마를 만난 둘리는 우주 악동 바요킹에게 쫓기면서 절체절명 위기를 맞는다. 이들은 무사히 얼음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국민 만화로 꼽히는 아기공룡 둘리가 지난 24일 극장으로 돌아왔다. 1996년 공개한 동명 애니메이션의 화질을 개선한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감독 김수정·임경원)은 재미와 감동을 꼭 잡은 작품이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다시 만난 둘리는 마음 한쪽을 훅 파고든다. 전 세대가 한 마음으로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원작 공개 당시 ‘얼음별 대모험’을 봤던 ‘어른이’(어린이와 어른의 합성어)라면 요즘 화질로 되살아난 둘리가 더 반갑겠다. 고군분투하는 고길동에게 감정이입하며 느끼는 묘한 공감은 덤이다.

‘인어공주’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인어공주’

추천 포인트 ▷ 눈과 귀가 즐겁다

인어공주 에리얼(할리 베일리)은 인간세상이 늘 궁금하다. 아버지이자 인어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 만류에도 호기심은 꺼질 줄 모른다. 궁금증만 키워가던 간다. 그러던 중 에리얼은 난파하는 배에서 본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 킹)에게 반해 그의 목숨을 구한다. 에릭 왕자는 무의식 중 들었던 사이렌의 노래를 기억하지만 구해준 이를 찾기가 영 쉽지 않다. 억하심정이 가득한 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는 이를 빌미로 에리얼에게 접근해 목소리를 빼앗고 마법을 건다. 사흘 동안 진실한 마음을 찾지 못하면 울슐라의 일꾼이 된다는 조건에 에리얼과 그의 친구들은 위기를 극복할 진짜 사랑을 찾기로 한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는 동명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긴 작품이다. 신비한 해저 인어왕국 아틀란티스는 컴퓨터그래픽과 만나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알록달록한 해양생물과 영롱한 푸른 바다가 스크린 한가득 펼쳐져 눈을 즐겁게 한다. 돋보이는 건 역시나 노래다. 할리 베일리는 특유의 음색으로 주제곡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를 아름답게 소화한다. 세바스찬(다비드 디그스)이 부르는 ‘언더 더 씨’(Under the Sea) 역시 이 영화의 백미다. 34년 만에 돌아온 실사 ‘인어공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도 보고 듣는 맛은 단연코 좋다.

‘샬럿 왕비: 브리저튼 외전’ 스틸. 넷플릭스

넷플릭스 ‘샬럿 왕비: 브리저튼 외전’

추천 포인트 ▷ 쌍방 구원 서사에 페미니즘 한 방울

샬럿(인디아 아마테이피오)은 결혼하러 가는 길이다. 상대는 대영 제국의 왕 조지(코리 밀크리스트). 오빠는 이 결혼이 영광이라고 말하지만, 샬럿은 불만스럽다. 자신이 원한 결혼이 아니라서다. 샬럿은 독일의 작은 공국 왕족이다. 오빠는 무역 협정을 조건으로 샬럿의 약혼 계약을 승인했다. 결혼이 못마땅하기는 대영 제국 왕의 어머니 오거스타(미셸 페어리)도 마찬가지. 그는 “피부가 너무 짙다”며 샬럿을 마뜩잖아한다. 과연 이 결혼,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4일 공개된 넷플릭스 ‘샬럿 왕비: 브리저튼 외전’은 인기 드라마 ‘브리저튼’ 시리즈 속 샬럿 왕비의 과거사를 그린 작품이다. 이 시리즈 세계관 속 흑인 왕비와 흑인 귀족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보여준다. 왕관의 무게에 짓눌려 “그냥 조지, 농부 조지”가 되기를 꿈꿨던 왕과 그를 지키려는 샬럿의 사랑 이야기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작품은 실존 인물인 영국 조지 3세와 살럿 왕비 이야기에 뿌리를 뒀다. 조지 3세는 검소하고 소탈해 ‘농부 왕’으로 불렸으나 말년에 정신질환을 앓았다. 두 주인공뿐 아니라 “내 운명의 주인이 되는 길”을 찾고자 한 오거니스타와 댄버리 부인(아세마 토마스)의 분투도 마음을 울린다. 

김예슬 이은호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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