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도 이용할래요”… ‘월 24만원’ 대구 행복기숙사 [가봤더니]

“2학기도 이용할래요”… ‘월 24만원’ 대구 행복기숙사 [가봤더니]

주목받는 공공기숙사… 합리적 가격·현대식 시설로 주목
공급보다 수요 많아 경쟁↑

기사승인 2023-06-05 06:00:05
대구 중구 수창동에 위치한 행복기숙사.   사진=임지혜 기자

대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동 거주하는 ‘행복기숙사’가 지난달 30일 대구에 문을 열었다. 관리비 포함 월 기숙사비 24만원으로 평균 월세 42만4000원(지난 3월 KOSIS 국가통계포털 40㎡ 이하 규모 기준)보다 43.4% 저렴하다. 대구 행복기숙사 개관식 기사엔 “이런 기숙사 더 많이 지어주세요”라는 댓글이 호응을 얻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정부 사업이지만, 전세는 불안하고 월세는 상승하는 상황 때문인지 반응이 좋았다. 정말 학생들에게도 ‘행복’한 기숙사인지 직접 가봤다.

지난 1일 오전 11시30분 대구 중구 수창동 행복기숙사를 방문했다. 대구지하철 1호선 대구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도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철공소, 기계제작소 등을 지나니 유독 튀는 14층 현대식 기숙사에 도착했다. 몇몇 대학생들이 오후 수업에 가려고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기숙사 구내식당에는 점심을 먹는 학생들과 직원들로 가득했다. 이날 메뉴는 분식(라면·김밥)과 한식(만둣국 등)이었다. 외부인도 식권(6000원)을 구매하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기숙사 학생들은 이보다 저렴한 4000원대 가격으로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이날 식당에서 만난 경북대 학생 A씨는 “밥이 맛있어서 만족한다”고 했다. 대구 북구 소재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B씨는 “학교 기숙사는 주말에 식당을 이용할 수 없었다”며 “행복기숙사는 삼시세끼를 모두 제공하고,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대구 행복기숙사 내 ‘청년&지역대학협력센터’에서 청년 취업 관련 행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임지혜 기자 

대체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대학생 B씨는 최근 6개월치(145식) 기숙사 식권을 구매했다. 그는 “식비와 기숙사비, 교통비를 포함해도 입주 전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을 때보다 저렴하다. 학교 식당은 한 끼에 8000원으로 행복기숙사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며 “2학기에도 계속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교대에 재학 중인 신입생 C씨는 “교통비까지 따지면 학교 기숙사와 비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서 “학교 기숙사보다 깔끔하고 쾌적해서 계속 살고 싶다”고 했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월 24만원의 주거비도 큰 장점이었다. 지자체나 대학 추천을 받으면 월 19만원에도 대구 행복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다. 대구교대 인근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보통 학교 근처는 보증금 별도, 관리비 포함 월 30~50만원 수준”이라며 “더 비싼 곳도 많다. 학교 근처에 괜찮은 곳은 가격대가 높아도 금방 빠진다”고 했다. 쾌적하고 안전해서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생 D씨는 “저녁에도 기숙사 주변이 어둡지 않다. 위험하지 않아서 좋다”라고 말했다.

지난 1일 대구 행복기숙사 구내식당에서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대구 행복기숙사 2층에는 남녀로 구분된 세탁실에 드럼세탁기와 건조기, 다리미와 다리미판이 준비돼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딱딱한 공공기숙사 이미지와 달리, 대구 행복기숙사는 요즘 청년에게 최적화된 복합 거주시설에 가까웠다. 1층에는 안내소와 편의점, 무인 프린트기, 택배보관대가 있었다. 청년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청년&지역대학협력센터’는 이날 청년 취업 관련 행사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행복기숙사에 거주하는 대학생도 센터의 청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 마련된 ‘희망옷장’ 매장에서는 한 대학생이 면접용 정장을 입고 있었다. 대구시에서 운영하는 희망옷장은 만 17~39세 대구 지역 청년들이 세탁비 5000원으로 면접용 정장이나 구두 등을 대여할 수 있는 곳이다. 거주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유주방도 있다.

구내식당이 있는 2층도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이 같이 사용할 수 있다. 구내식당 옆 세탁실엔 드럼세탁기와 건조기, 다리미와 다리미판이 준비돼 있었다. 다양한 운동기구로 가득한 체력단련실에선 한 학생이 트레드밀을 이용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대구 행복기숙사는 면적 2만5452㎡, 지하 2층~지상 14층 규모다. 2인실 497실과 1인실(장애인실) 6실 등 총 503실과 주차장 90면을 갖췄다.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정원과 독서실 등도 조성돼 있다.

1일 대구 행복기숙사 내 ‘희망옷장’ 매장에서는 한 대학생이 면접용 정장을 입고 있었다. 희망옷장은 취업준비생의 면접용 정장을 무상 대여한다.   사진=임지혜 기자

청년들의 주거 부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대구 행복기숙사와 같은 연합 기숙사가 전국에 많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복기숙사는 국·공유지에 공공기금으로 건립해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연합형 방식과 대학 부지 내 기숙사를 이용하는 사립형 방식이 있다. 대구 행복기숙사와 같은 연합 기숙사 방식은 서울 홍제, 부산 부경대, 대구, 천안 등 전국 4곳에 불과하다. 국·공유지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 세종 등에서 행복기숙사 건립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립형 방식은 경희대 서울, 한양대 서울, 광운대, 세종대, 대구대 등 총 33곳이 있다. 

행복기숙사는 보통 직전 학기 성적과 소득수준, 원거리 순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주변 지역 평균 월세보다 저렴해 인기가 많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대구 행복기숙사를 제외한 전국 행복기숙사 입주율은 90%에 달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세가 좀 높은 편이지만,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서 입주율이 높다”고 말했다. 대구 행복기숙사는 지난달 30일 기준 정원 1000명 중 여학생 450명, 남학생 136명 등 총 586명이 입주해 입주율 58.6%다. 재단 관계자는 “대구 행복기숙사는 지난 3월 개관해 입주율이 아직 높지 않지만, 곧 다른 지역과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행복기숙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한 재경기숙사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이모(24·대학생)씨는 행복기숙사에 머문 친구를 통해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당시 내가 살던 기숙사와 가격은 별 차이가 없었지만, 행복기숙사 시설이 훨씬 좋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학교와 너무 멀어서 신청하진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씨는 현재 월 70만원 월셋집에 살고 있다.

“주거비 지출이 커서 생활비를 아껴야 해요. 행복기숙사는 자취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고 시설도 좋아요. (행복기숙사가 더 늘어나면) 대학생들이 주거 부담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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