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요, 태연의 ‘품’으로 [쿡리뷰]

오세요, 태연의 ‘품’으로 [쿡리뷰]

기사승인 2023-06-04 19:21:47
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 SM엔터테인먼트

“이유도 모른 채/ 열을 앓던 긴 밤들” 무대에 걸터앉은 그룹 소녀시대 태연이 이렇게 노래하자, 등 뒤 전광판에서 에메랄드 빛줄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혼자 방에 남은 듯이 외롭게 노래하던 그는 잠시 뒤 고개를 들어 관객과 눈을 맞췄다. “그댄 내 가장/ 감추고 싶었던 상처를/ 알아보고/ 그 위에 입을 맞추고/ 다정히 어루만져 낫게 해” 노래가 이 대목에 다다르자, 작고 단조롭던 빛줄기는 오색찬란한 불꽃으로 바뀌었다. 태연은 자신을 위로해준 이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 곡을 “여러분을 위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태연이 3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연 공연 ‘디 오드 오브 러브’(The ODD OF LOVE)는 그가 부른 ‘품’ 가사처럼 아픔이 사랑으로 치유 받는 과정을 풀어놓은 여정이었다. 공연 초반 “보기 싫은 흔적만 남겨진 곳”이라며 지옥 같은 한기(노래 ‘콜드 애즈 헬’)를 노래하던 태연은 “새롭게 시작될 나만의 엔딩 크레딧”(노래 ‘엔딩 크레딧’)을 기약하며 팬들과 작별했다.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이번 공연엔 총 1만8000여명이 다녀갔다고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여는 공연. 3년5개월 만에 관객을 마주한 태연은 “오랜만에 공연을 열다 보니 어떤 말부터 먼저 해야 할지 머릿속이 어지럽다”고 했다. 이런 그를 응원하러 소녀시대 멤버 윤아·수영·티파니·효연이 공연장을 찾았다. 태연은 “소란한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네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동료를 향해 환호했다. 공연이 감격스럽기는 관객들도 마찬가지. 공연 내내 객석에선 “사랑해” “섹시하다” “귀엽다” 같은 호응이 끊이지 않았다. 태연이 “제가 어떻게, 어디까지 (공연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자, “(앞으로 열 공연이) 너무 기대돼”라는 대답이 터져 나왔다.

태연 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 태연은 새로운 모습으로 수없이 다시 태어났다. 첫 곡 ‘아이앤비유’(INVU)를 부를 때 그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됐고, ‘캔트 컨트롤 마이 셀프’(Can’t Control Myself) 무대에선 화염을 뚫고 노래하는 록스타가 됐다. 자신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팬들의 목소리가 ‘아이돌 자아’를 깨우기라도 한 걸까. 태연은 ‘위켄드’(Weekend), ‘노 러브 어게인’(No Love Again), ‘유 베러 낫’(You Better Not) 등 밝고 흥겨운 노래를 연달아 부르며 흥을 돋웠다. “여러분 언제까지 앉아계실 건가요?” 그가 이렇게 외치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한껏 치솟은 열기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가라앉을 줄 몰랐다.

태연은 글자 그대로 공기까지 자기 색으로 물들였다. 마지막곡 ‘엔딩 크레딧’(End Credit) 무대 등에서 터뜨린 종이 꽃가루에 향기를 입혀 후각으로도 공연을 느끼게 했다. 소속사는 “공연 제목 ‘디 오드 오브 러브’라는 테마와 어울리는 향기를 활용해 몰입감을 높였다”고 귀띔했다. 태연에게 이번 공연은 의미가 남다르다. 2015년 8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솔로 가수로 첫발을 뗀 그는 올림픽홀(3000석),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4500석), 잠실 실내체육관(6000석) 등을 거치며 디바로 성장했다. ‘디 오드 오브 러브’가 열린 K스포돔은 관객 1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이라 많은 가수에게 ‘꿈의 무대’로 꼽힌다. 앞서 소녀시대 멤버들과 여러 번 이 무대를 밟았던 태연은 여성 가수 처음으로 그룹과 솔로로 K스포돔에서 공연을 여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 공연을 마친 태연은 홍콩으로 발걸음을 돌려 아시아 투어를 이어간다. 태연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힘들까 걱정했는데 여러분을 만나 힘을 받아가는 것 같다. 감사하다. 공연 없이 3년간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다”면서 “추후 (공연을 열) 다른 나라들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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