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1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한국, 미국, 일본 3국이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안보리에서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일 3각 공조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일 외교부는 “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시된 유엔 안보리 이사국 선거에서 알제리, 시에라리온, 슬로베니아, 가이아나와 함께 2024~25년 임기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부터 2년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은 11년 만으로, 1996~1997년, 2013~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안보리는 전 세계 평화·안전 유지를 위한 유엔 최고 의사 결정 조직으로 제재를 가하거나 무력 사용은 승인하는 등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유엔 기구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상임이사국 5개국과 대륙별로 할당된 임기 2년의 비상임이사국 10개국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이사국은 매년 5개국씩 교체한다. 비상임이사국은 반대 없이 출마하더라도 총회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날 투표에는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92개국이 참여했으며, 아시아·태평양그룹에서 단독 입후보한 우리나라는 총 180표를 얻어 아태그룹 소속 이사국으로 당선됐다. 로이터·AP 등 외신에 따르면 가이아나(찬성 191표), 시에라리온(188표), 알제리 (184표), 슬로베니아 (153표)가 한국과 함께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슬로베니아는 벨라루스(38표)를 누르고 이사국 자리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옛 소련 국가였던 벨라루스는 러시아 동맹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측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국가다.
특히 한국은 내년부터 상임이사국인 미국, 2023~2024년 비상임이사국인 일본과 함께 안보리에서 삼각 공조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한미일 3국이 동시에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는 건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북한의 군사 도발이 고조되고, 중국의 대만 침공 우려가 높아지는 등 한반도 주변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핵심 당사자인 한국이 안보리에 입성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외교부는 “안보리 내에서 평화유지와 평화구축, 여성·평화·안보 등뿐만 아니라 사이버안보, 기후와 안보 등 신흥안보 논의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북한의 핵 개발 위협에 대한 안보리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이사국들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제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은 북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국제 현안에 대해 우리나라가 더욱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내년부터 활동을 시작하면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이미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해온 일본과 함께 한미일 삼각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이 유엔 안보리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