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포옹에 눈물 콸콸…‘닥터 차정숙’ 이서연 [쿠키인터뷰]

엄정화 포옹에 눈물 콸콸…‘닥터 차정숙’ 이서연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6-08 06:00:17
JTBC ‘닥터 차정숙’에서 서이랑을 연기한 배우 이서연.   사진=박효상 기자

JTBC ‘닥터 차정숙’에서 차정숙(엄정화)의 딸 서이랑을 연기한 배우 이서연은 요즘 온라인에서 ‘갓생러’(부지런히 사는 사람)로 불린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영화 ‘우리들’(감독 윤가은)로 데뷔해 학업과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입학 성적이 높기로 소문난 이화여대에 합격해서다. 그는 성인이 된 후에도 1분1초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 공부와 연기는 물론, 과외 수업과 카페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도대체 이 배우, 잘 시간은 있는 걸까. “그래도 하루에 7시간씩은 자는 것 같은데요?” 지난 1일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서연은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서연은 갓 스물이 된 지난해 ‘닥터 차정숙’을 찍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2년간 연기를 쉰 데다가 성인이 돼 처음 출연하는 작품이라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엄정화와 김병철은 카메라 앞에 선 세월만 도합 50년이 넘는 연기 고수. 다른 작품의 곱절만큼 큰 압박을 견뎌야 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이랑이 남몰래 준비하던 미대 입시를 아빠 서인호(김병철)가 알게 된 장면. 무릎을 꿇은 채 울음을 터뜨려야 하는데, 원하는 만큼 눈물이 나지 않았다고 이서연은 털어놨다. 그때 엄정화가 가만히 다가와 말없이 이서연을 안아줬다. 이서연은 “엄마(엄정화)가 구세주처럼 느껴지면서 감정이 차올랐다”며 “나중엔 엄정화 선배님의 눈만 봐도 정숙이가 보여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고 돌아봤다.

‘닥터 차정숙’은 오디션부터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었다. 나이 때문이었다. 작품을 연출한 김대진 감독은 이서연이 마음에 들었지만, ‘성인 역할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며 캐스팅을 망설였다고 한다. 이서연도 고민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랑이 “주도적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다스리는 역할”이란 점에서 “성인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고 했다. 당돌한 스무 살 배우는 2시간 넘게 감독을 설득해 역할을 따냈다. 이렇게 완성한 ‘닥터 차정숙’은 최고 시청률 18.5%(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엄정화는 감정 연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하던 이서연을 말없이 안아줬다. 배우 박준금은 이 장면을 보고 자신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JTBC 유튜브 캡처

드라마를 마친 이서연은 조만간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자신이 주인공을 맡은 장편 독립영화가 개봉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학구열도 뜨겁다. 인터뷰 등 작품을 홍보하느라 수업에는 빠져도 이동하는 차 안에서 멀미를 참아가며 틈틈이 과제를 하고 있다. 그의 전공은 사회복지. 지적장애인인 삼촌 덕에 관심을 둔 분야다. 이서연은 “공부가 나를 성장하게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 이유가 높은 성적으로 명문대에 입학했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공부를 하며 오만가지 감정을 경험했다”고 했다. “너무 힘들어서 공부를 못 하겠는데, 마음이 불안해서 놀지도 못하겠고,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아끼는 친구가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좋겠고, 나는 그냥 나일 뿐인데,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나를 향한 시선이 달라지고…. 무엇보다 홀로 계획하고 결정하며 압박감을 견딘 시간이 저를 성숙하게 만든 것 같아요.”

이서연은 지금도 스스로 답을 찾고 결과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성적이냐, 작품이냐, 수업이냐, 촬영이냐 하는 갈림길 속에서 그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중이다. “오디션에서 탈락하면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자책하게 돼 일부러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는 이서연의 좌우명은 “즐겁게 살자”다. 어떤 경험이든 자신이 성장하는 양분으로 흡수하는 ‘갓생’의 비밀은 이런 신조에 있었다.

“일 때문에 학점이 낮아도 억울하진 않아요. 저보다 열심히 한 친구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연기는 달라요. 우선순위 가장 앞쪽에 있거든요. 연기를 할 땐 다른 어떤 일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예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거기에 따른 결과를 마땅히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이건 제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서연.   사진=박효상 기자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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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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