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 ‘브라운더스트’의 후속작 ‘브라운더스트2’가 지난 12일 파이널 베타 테스트를 마쳤다. 최근 ‘P의 거짓’ 등 신작을 발표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네오위즈는 브라운더스트2도 개발사 겜프스엔과의 협력을 통해 이달 내 글로벌 동시 출시할 예정이다.
브라운더스트2는 전작의 매력적인 IP(지식재산권)와 전략성을 계승하면서도 개성있는 게임성을 갖춘 작품이었다. 서브컬처 게임 본연의 재미에 충실할 뿐 아니라, 타 장르의 색깔을 덧입혀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전작과 같은 장르이지만, 플레이해보면 전작의 후속작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구성과 내용이 변화했다. 전작은 부대를 구성한 후 컷신을 보고 전투했던 전형적인 수집형 RPG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캐릭터들이 여러 콘셉트의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NPC와 대화하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RPG 게임이 됐다.
도망가는 ‘트윙 글러티’를 잡아 골드를 획득할 수도 있고, ‘글룸 글러티’의 폭발을 회피할 수도 있으며, 갑작스럽게 멧돼지가 들이받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필드 내 액션 요소가 다채로워 플레이어는 흥미진진하게 게임에 임할 수 있다.
필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킬도 있다. ‘재능 스킬’은 장비 제작·요리·훔치기·탐색·함정 탐지·부활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부가적 요소는 이용자가 스베른 대륙을 실감나게 모험하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서브컬처 장르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토리 컷신, 스탠딩 모션 등은 훌륭하다. 인게임 곳곳에서 영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작화를 뽐내는 일러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이들은 과거 1990년대 ‘JRPG’(일본에서 제작된 롤플레잉 게임) 느낌이 나면서도 2020년대의 디테일이 들어간 그래픽으로 구현됐다. 지난 5월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개발진은 “현존하는 2D게임 중에 최고의 그래픽을 보여주자”는 모토를 가지고 개발했다는 비하인드를 들려준 바 있다. 화면 어디를 보더라도 자연스럽고 밀도 높은 텍스쳐를 볼 수 있었던 이유가 이것이다.
인게임 ‘SD캐릭터’(기존 캐릭터를 귀엽게 만들기 위해 머리를 크게 만들어 거의 머리, 상반신, 하반신 비율을 비슷하게 변형시키는 기법)의 디테일도 기대 이상이다. 겜프스엔는 정통 쿼터뷰 JRPG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8방향의 모든 동작을 따로 그렸다. 덕분에 캐릭터들이 매끄러운 동작으로 필드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귀여운 SD캐릭터들이 기차놀이를 하며 고품질의 2D 그래픽을 뽐내는 대륙을 돌아다니는 걸 보는 맛이 있다. 일각에서는 “슈퍼패미컴 시절의 일본식 RPG가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수준 높은 더빙도 눈길을 끈다. 최결·정혜원·여민정·김영선 등 실력파 성우들이 모든 스토리를 실감나게 더빙했다. 심지어 ‘길 가던 아낙네’ 역할마저 열연을 펼친다. 스토리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인게임 연출과 더불어 성우들의 열연도 게임성을 높이는 데 한 몫 했다는 인상이다.
전투 시스템은 튜토리얼 단계를 잘 이해한다면 초심자라 할지라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브라운더스트2는 가로 3열 세로 4열의 12칸 타일을 전장으로 두고 있다. 이용자는 12칸의 타일에 캐릭터를 배치한 뒤 공격 범위, 스킬 여부, 캐릭터 동작 순서 등을 조정해 상대와 겨룰 수 있다. 이 방식 자체는 전작과 동일하지만, 여러 전략성 요소를 더 추가한 것이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
이를테면 ‘넉백’을 통해 적을 강제로 구석에 몰아놓고 광역 스킬 등의 공격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체인 피해 시스템’을 통해 강력한 일격을 설계할 수도 있다. 맞을 때마다 피해량이 올라가서 뒤로 갈수록 공격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폭탄도 지형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를 공격하면 주변 적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침묵 등 ‘디버프’ 효과도 줄 수 있다. 폭탄이 터지는 이펙트는 처음 본 이용자를 감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공격과 방어가 한 턴에 통합되어 있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용자는 공격할 때 방어까지 고려해서 진형을 짜야만 한다. 이 때문에 브라운더스트의 전투 시스템은 더욱 깊은 전략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물론 모바일 게임이기에 자동 전투를 진행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팩 후반부 전투나 PvP 전투는 수동 전투를 통한 정교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구조다. 이 부분은 브라운더스트2만의 유니크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자동 게임을 선호하는 이용자에게 호불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은 캐릭터를 각 마을의 여관이나 주점에서 확정적으로 영입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별도 과금을 통해 캐릭터를 구매하지 않아도 스토리 진행에 무리가 없다는 게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이다. 대신 이용자는 캐릭터에 맞는 ‘코스튬’을 뽑기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코스튬을 입은 캐릭터는 기존과 다른 스킬을 활용할 수 있다.
캐릭터 코스튬 수집과 특별한 스킬 컷신을 원하는 이용자는 과금을 통해 더 많은 뽑기에 임할 수 있다. 현재로선 이 부분이 게임의 핵심 ‘BM’ 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팩 시스템’은 이 게임의 남다른 묘미다.
서로 다른 옴니버스식의 스토리를 팩의 형태로 제공하는데, 마치 과거 게임기에 하고 싶은 게임팩을 골라서 꽂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용자는 팩 시스템을 통해 한 게임 내에서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한 세계에서의 이야기는 확장에 한계가 있다. 같은 세계만 접하다 보면 질리기도 한다. 하지만 팩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정통 판타지 세계의 긴 서사는 스토리팩에서 즐길 수 있다. 캐릭터팩에서는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서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스핀오프 스토리를 접할 수 있다. 겜프스엔은 앞으로도 학원물·첩보물·호러·무협·SF 등 다양한 이야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겜프스엔은 팩마다 2개 이상의 사운드 테마를 제작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시네마틱 영상에 어울리는 BGM도 전부 개별로 제작했다고 전해진다. 출시 시점에 최소 60곡 이상이 제공될 예정인데, 이 안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정통 RPG BGM부터 현대식 EDM까지 다양한 장르가 수록돼있다. 겜프스엔은 추후 OST 앨범을 발매할 계획도 있다.
5개월 전만 해도 브라운더스트2는 좋은 평가를 받던 게임은 아니었다. 올해 초 유저들에게 공개됐으나 아쉽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투 시스템이 단조롭고, 세로 화면으로만 진행할 수 있는 등 게임성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파이널 베타 테스트에서는 가로 모드가 추가됐으며, 전투 시스템 타일이 12칸으로 늘어나 전략성이 보완됐다. 자동 이동은 물론 스토리와 연출 개선도 이뤄졌다. 기존에 없었던 캐릭터 스킬 컷신이나 스탠딩 모션도 추가됐다. 불과 5개월만에 게임을 뒤엎고 완성도도 높인 겜프스엔에 이용자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난 베타 테스트에 비해 전면적으로 개선되었으며 수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앞으로 게임이 장수하기 위해서는 PvP밸런스를 잘 잡아야 한다는 이용자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